노을지는 저녁,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에 서서 기도하고 있는 부부의 그림 밀레의 <만종>은
아주 익숙한 그림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부의 기도 모습에 장엄과 슬픔이 깃든 진실이 밝혀지는데,
아내 앞에 놓인 바구니에는 처음엔 죽은 아기가 있었지만
밀레의 친구가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으니 농작물로 바꾸어 그리라고 강하게 이야기해서
밀레는 아기 대신 감자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삶의 잔인함 속에서도 무너지고 일그러진 모습이 아닌
풍경위에 우뚝 선 두 사람의 곧은 자세에
고통속에서의 고요와 평화를 느끼게 한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담은 종교적 그림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지만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뭉크의 <절규>
고흐의 <낡은 구두 한켤레>, <밤의 카페 테라스>도 만날 수 있다.
밀레와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을 비교해 설명해 놓은 부분도 있다.
남부 프랑스의 황항 태양과 비옥한 토양에서 씨를 뿌리며
성큼성큼 걷는 모습에서
노동의 고단함이 아닌 건강한 모습을 부각시켜
숭고함을 찾아낸다.
그에게 진정한 건강함이란 고통과 고난없이 그저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는 데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