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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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 장요세파 지음 -


성모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중인 장요세파 수녀님께 듣는 그림 에세이...

'그림이 기도가 될 때'를 경건한 마음으로 펼쳤다.

묵주와 성서를 들고 기도 중인 표지 그림에 차분하고 겸허한 마음부터 들었다.

자주 접했던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 온 탕자>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모든 것을 탕진하고 삶의 밑바닥을 체험한 아들을

등을 굽혀 양손으로 감싸 안는 아버지의 손과 얼굴은

끊임없는 따뜻한 사랑을 쏟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하느님의 마음과 같다고 한다.

죄를 허용하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

종교적 관점에서의 자비와 사랑이 느껴진다.




<만종> 밀레

노을지는 저녁,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에 서서 기도하고 있는 부부의 그림 밀레의 <만종>은

아주 익숙한 그림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부의 기도 모습에 장엄과 슬픔이 깃든 진실이 밝혀지는데,

아내 앞에 놓인 바구니에는 처음엔 죽은 아기가 있었지만

밀레의 친구가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으니 농작물로 바꾸어 그리라고 강하게 이야기해서

밀레는 아기 대신 감자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삶의 잔인함 속에서도 무너지고 일그러진 모습이 아닌

풍경위에 우뚝 선 두 사람의 곧은 자세에

고통속에서의 고요와 평화를 느끼게 한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담은 종교적 그림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지만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뭉크의 <절규>

고흐의 <낡은 구두 한켤레>, <밤의 카페 테라스>도 만날 수 있다.

밀레와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을 비교해 설명해 놓은 부분도 있다.

남부 프랑스의 황항 태양과 비옥한 토양에서 씨를 뿌리며

성큼성큼 걷는 모습에서

노동의 고단함이 아닌 건강한 모습을 부각시켜

숭고함을 찾아낸다.


그에게 진정한 건강함이란 고통과 고난없이 그저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는 데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p120-





젊은 시절의 자화상, 깃털 베레모를 쓴 자화상, 노년의 자화상

놀란 눈의 자화상 웃고 있는 자화상 사도 바울 풍의 자화상등

렘브란트의 <자화상> 여섯 작품을 다루고 있다.

열정과 물음으로 가득 찬 청년의 도도함과

많은 것을 얻었을 때의 풍부하고 안정감이 흘러 넘치는 모습,

이해의 깊이와 깊은 고뇌를 읽을 수 있는 모습,

수렁속의 자신을 보고 웃는 모습,

비웃음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등의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관한 이야기와

종교적 시선도 담겨있다.


렘브란트의 삶은 최고점에서 점점 내려와

생의 마지막에는 성서 한 권과 그림 도구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빈털털이 홀몸이 됩니다.

그가 몰락하면 할수록 그의 그림은 더 깊고 깊어집니다. - p151-


그는 삶이 미소보다는 쓴맛만을 줄수록 삶의 의미와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깨닫고,

자신을 살피는 하느님에게로 향합니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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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님의 조각작품 <앉아 있는 소녀>가 인상 깊다.

경청하는 자세로 귀에 손을 대고 있지만 온 몸으로 듣고 있는 듯 하다.


고요히 무엇인가에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은

밖의 어떤 소리가 아니라, 마치 자신 안의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몸은 텅 비어 다가오는 무엇이든 못 담아 낼 것이 없어 보입니다. -p232-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마음이 무언가에 쫒기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내려놓음 없이는 쉼이 없다고 한 수녀님의 말도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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