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향기농부 지음 / 하움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림빵

- 향기농부 作 -

 

 

오래전 제과점이 미팅 장소였던 적이 있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은 드나들면 안되는 금기 장소였고 학생주임 선생님들의 단속이 있던 시절...

그 옛날 영화 '고교 얄개' 시대가 생각나는 표지 그림이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빵을 시켜놓고 어색함에 말없이 마주앉아 있는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의 그림으로

지난 시간을 거슬러 떠올리게 했다.

 

 

검정교복 겨울비 내리는 날

여고생들과 나란히 앉은 빵집 문화당

... ...

그대에 꽂힌 눈 안 보는 척

힐끔힐끔 쳐다보았지

 

생크림 가득 머금은 크림빵의 달달함도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게다가 저자가 향기농부 라니...

향수를 일구어 지어 내는 농부인가보다 궁금하여 프롤로그를 보니,,,

프롤로그 마저도 시(詩)이다.

 

 

모두가 웃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매일 매일 있을 수 있는 반가운 일, 걱정되는 일, 근심스러운 일들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나보다.

 

 

 

총 4부 로 되어 있는 시집 속엔 민들레, 진달래등의 꽃도,

긴 장마, 겨울비, 안개비등의 날씨도,

커피와 고독등의 친구도

그리고 <광화문>, <현수막>이란 제목의 사회도 모두 담겨 있었다.

 

 

 

춤바람이란 시에서 시인의 진정한 마음과 위트도 느껴진다.

힘내라는 바람의 소리가 재밌게 들려왔다.

 

바람이 죽은 듯 누워 있는 풀을 깨우네.

낮이 길어졌다고

툭툭 근들며 일으켜 세워주네.

... ...

풀에게 말을 거네.

어여 어여

... ...

살아야 하는 이유보다

죽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이웃에게

휘잉 휘잉 휘임 히임 힘 힘힘~~

힘내라고 말을 거네

바람이 간질간질

줄기 끝마다

풀잎을 꽃으로 웃게 만드네

결국 바람은 누워 있던 풀들도 일어서게 해서 웃게 만들었나보다.

시를 있는 독자도 함께 춤바람에 몸과 마음을

일으키고 웃게 된다.

 

 

처음엔 멋 모르고 쓱~ 읽고 지나치며

왜 제목이 점 인지 몰랐던 시가 있다.

나중에 무심코 한 번 더 읽었을 때 무릎을 탁 치고 만 시... <점>이다.

짧고 간결하지만 내포 된 뜻은 크고,

저자의 재치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시집을 한 권 끼고 산책하기 제격인 계절 가을이다.

시집 속에도 가을이 많이 들어 있었다.

벼 익은 논두렁이 그려지는 시 <고향길>,

낙엽과 영롱한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되는 <나들이 2>,

바바리 코트와 은행잎의 <회상>,

꽃을 돋보이게 하며 꽃에 묻혔던 이파리들이 울긋불긋 가을꽃으로 피어나는 <가을꽃>,

가을비로 젖은 은행잎, 날리는 머리 쓸어 담는 갈대의 시 <난봉꾼>,

가을 바람을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 <가을신사>도

모두 가을의 시이다.

 

 

향기농부님의 시집 <크림빵>을 읽으며

올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와 함께 가을을 만끽하고

그 마음을 나누고 모두가 .. (점점) 더 행복해지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