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6년 동안 제주 올레길 전 코스를 세바퀴 돌았다고 하는
저자의 걷는 여행에
독자인 나는 책을 읽으며 올레길의 걷기에 동참했다.
올레길의 전체 길이는 26개의 코스, 425킬로미터...
가늠되지 않는 숫자의 거리지만
한 코스에 평균 15킬로미터를 네다섯 시간을 꼬박 걷는다고 하니,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스물 여섯개의 코스를 완주하고 올레길 패스포트에 스템프를 모두 찍으면
제주 올레 완주증과 메달을 받고.
완주자 명예의 전당에 사진과 이름이 오른다고 한다.
올레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으로 길을 나섰다는 저자는
자신이 그렇게 많이 걸을 수도, 또 그럴 생각도 없이 시작했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길을 걸으며 두려움을 느낀 일도 여러번,
아무도 없는 낯선 길을 혼자 걸으며
바람의 기척에도 놀라고, 사람을 만나도 두려워 지는 걷기여행 이지만,
그 모든 걸 감수하고도 혼자 걷기에서 얻어지는 기쁨이 어떨지
독자인 내게도 전달이 된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경이로운 풍경과 만났을 때의 감동과 감탄,
그리고 길 위에서 마주치는 나의 모습들...

나를 알아가는 '나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오로지 '나'와 동행하는 시간인 셈이다.
이 시간을 갖기 위해 아주 많은 걸 버리고 멀리 왔다. -p166-
저자는 길을 걸으며 과거 열네살의 상처를 마주하고,
또 그 상처를 정리하며, 자신의 현재에 집중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갈 미래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으로
미래를 만드는 것.
여행에세이지만, 나는 소설책을 읽는 듯
저자가 길을 나서는 다음 코스의 올레길에 얽힌 이야기와
그 길에서 마주할 풍경들과 자신의 생각들이 궁금해지며 푹 빠져서 읽어나갔다.
오롯이 혼자, 또는 언제나 말없이 기다려주는 파트너 J 와의 동행...
혼자해도, 또 함께해도 좋은 그 걷기 여행길에
내 모습까지 오버랩 시켜보게 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긴 시간 기다렸던 애월읍의 한 버스 정류장의 기억부터
쇠소깍에서의 여유로움과
낮은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찾아갔던 건축학개론의 서연의 집 카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몇 시간을 머물며
그 풍경들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수십장의 사진으로 남겨왔던,
그 추억의 시간을 불러 일으켰다.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작가는 그런 순간들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내가 알고 있는 세밀화 같은 어반스케치가 아닌 수채화 같은 그림의
어반스케치가 올레길 코스마다 그려져 있어
그 그림에도 한참을 머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