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
-최명숙 시집-
시집 <고백>을 펼쳐본다.
책날개에 소개된 최명숙 시인이 책 서문에 밝힌대로
쉬운 시, 마음을 담은 시, 마음에 와 닿는 시,
삶의 기쁨과 깨달음을 나누고 싶었다는 시인의 시를
꽃이 활짝 피는 계절에 만나게 되었다.
표지의 그림에서부터 제목의 <고백>과 함께 그려진 그림이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차게 했다.
시집에 그려진 그림들도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시와 함께 그려진 파스텔톤의 화사하고 간결한 그림들이
읽는 내내 마음도 밝아지게 했다.
한마디로 꽃밭과 같은 시집이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엔
봄, 여름, 가을,겨울의 4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시들로 가득차 있다.
피고 지는 꽃도, 무성한 나무의 숲도, 낙엽이 지는 나무도, 눈 덮힌 산도
한 권의 시집에 모두 들어있다.
어쩌면 인생이 들어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1부의 그대의 꽃잎으로 나의 마음을 물들이다는
시 고백을 시작으로 사랑의 표현들이 꽃으로 피어나 있다.
먼 길을 돌아오면서
어떤 것도 그대보다 소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p12-
뒤늦게 깨달은 소중한 사랑에 대한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해준 시<고백>이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살아내느라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코 눈에 띈 민들레꽃에서도
잊고 살았던 친구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에 함께 공감을 하게 된 시... <민들레꽃>은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속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러고 보면
너는 언제나 내 가까이에 있었다.
너를 보지 못한 건 앞만 보며 살았기 때문이다.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p32-
2부의 지금 너를 기쁨으로 품으리에 실린
<동그라미>와 <담>이라는 시에서는 사회에서 느껴지는 벽을 느끼게 했다.
스스로 만든 테두리 속에서 그 밖의 것들이 소외되어지고 소외시키는 것들...
함께 있어도 외롭고 고독해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의 동그라미 안에는 내가 없다
그뿐이랴
나의 동그라미 안에도 그는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도 없고, 그녀도 없고, 그들도 없다. -p74-
하지만 시 <쓰러져서는 안되는 이유>에서
조금 더 힘을 내서 단단하게 강풍을 견디라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낸다.
<쓰러져서는 안되는 이유> p60
동피랑 마을에서의 한숨 섞인 이야기들,
포항 내연산의 상생폭포, 크로아티아의 새.부다페스트의 야경등
여행지에서의 시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시 <수료교>를,
아치스 캐니언에서 <그대가 아니었다면>을,
팀파노고스 산길에서는 길가에서 만나는 작고 소박한 위로의 <바람과 꽃만 있어도>를,
모든 곳이과 모든 곳이 시인의 시가 되었다.
장미의 계절 5월이다. 거리마다 넝쿨장미가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만,
조금씩 시들어 가는 날도 바로 올것이다.
채운 자 만이 비울 수 있다는 시인의 시처럼
시들어 가는 장미 또한 역할을 다한 자랑스러움이 들어있다.
채운 자만이 비울 수 있고
비운 자만이 남길 수 있기에
시든 장미는
자랑스럽다. p84
3부의 그대의 별이 뜨는 곳으로에 실린 시 <동행>은
시를 읽으면서도 한 폭의 그림이 같이 떠오르고
가을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다.
당신이 심어둔 나무들과 같은 친구들과 함께
단풍 든 인생길을 걸어갑니다.
... ...
당신을 느끼며 오늘도 나는
기쁘게 당신과 함께 걸어갑니다. -p119-
<6월의 숲길을 걸으며> p130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키우는
산에서 배우고
이제는 의자가 된 나무 의자 앞에서
의자가 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의자가 되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한 것이다. -p143-
4부 비운자만이 남길 수 있기에 에 실린
시 <자격>은 나무의자 하나만으로 겸허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시와 그림들로 기대와 희망이 느껴진 시집 <고백>...
에너지가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보고 싶은 시집이다.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거나, 사랑이 필요할 때,
혹은 휴식이 필요하거나 응원이 필요할 때
이 예쁜 시집을 곁에 두고 꺼내보면 좋을 것 같다.
하늘의 빛으로 온몸을 채울 거야 ! <결심>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