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K-포엣 시리즈 12
양안다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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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 양안다-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심오함이 시집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책 표지의 걷고 있는 두 사람, 양 옆의 높은 철망,

그리고 그 앞에 마주친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벽.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불분명함을 느낄 때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손을 움직일 줄 알기 때문에 글을 쓰고, 팔을 움직일 줄 알기 때문에 밥을 먹고,

발을 움직일 줄 알기 때문에 춤을 추고, 그리고 심장이 뛰기 때문에 살아있고...

단지 이것의 총체가 나라는 게 아니라는 생각.

분명 불분명한 다른 이유로 살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신비가 시작된다.

책 뒷면의 시인 에세이중에서 발췌한 책 소개 부분에서는

살아있는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는 것 같아

책 속에 있는 시들의 내용들이 더 궁금해졌던 것 같다.

 

양안다. 1990년대생의 시인...

초대장이란 제목으로 시작하고 커튼콜이란 제목으로 끝을 맺는다.

세계가 망가지는 꿈, 폭약 터지는 소리. 죽은 이들,

벌레, 타오르는 건물, 살냄새보다 짙은 약 냄새

오늘날의 전쟁, 탄약 냄새, 녹슨 칼 냄새,

유리조각, 악몽,막연한 공포,무덤.

불타는 숲, 광장의 깃발, 화염병, 사후세계

 

시 속에 포함된 전쟁과 같은 단어들로 인해

두려움과 불안감이 느껴지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이해해보려 애쓰다보니 마지막 제목 커튼 콜에 와 있었다.

 

우리가 그곳으로 향할 때. 끝나지 않은 눈길을 걸으며.

 어떤 빛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생각했어.

... ... ...

나는 누군가의 마음으로 추락하는 게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나는 네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눈의 비명을 들었다.

... ...

그때 나의 마음은 그저 투명했다.

물을 만지면 푸른 색에 잠기고 꽃밭을 걸으며 총천연색으로 물들기도 했지.

지금은 마음의 단면을 살펴 보아도 핏빛이다.

... ...

나는 너의 어깨를 흔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눈을 감지 말라고. -p53-

내가 알고 있는 시의 구조와는 전혀 다른 시어들의 나열이었다.

여백이 많은 것이 시라고 느껴던 나의 상식을 깨뜨린 시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이란 시는

빽빽하게 빈 틈없는 구조로 쓰여져 있었다.

사랑에 관하여도 추락과 비명, 핏빛이란 단어들을 사용한 시인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책 뒤부분에 쓰여진 시인노트를 읽으며 시인에 대한 생각을 한 번 하게 된다.

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시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 갖지 않는, 그러나 혼자 재미있게 할 수 있는,그런 게임 같다고...

또는 혼자 추는 춤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시인 에세이에 좋은 친구가 되어 있는 그와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한

'세계의 끝에서 영원할 수 있다면'의

내용이 인상깊었다.

주식이 샐러드인 그와 ,주식이 인스턴트인 나,

술을 즐겨하지 않는 그와 술을 즐겨하는 나

산책을 좋아하는 그와 누워 있기를 좋아하는 나

감정의 기복이 큰 그와 기복이 적은 나 등의 10가지의 대립되는 차이점이 있음에도

여전히 좋은 친구인 그에게

작가가 쓴 시를 읽혀주었고, 그는 시인의 첫 독자라고 했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것이라 한다.

 

나는 그냥,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무언가를 싫어 하는 데에는 이유가 분명한데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불분명할 때가 많다.

그럴때는 그냥, 이라고 말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p94-

 

 

시집의 해설 부분에는 신수진 문학평론가의 양안다 시인에 대한 해설이 되어 있어

시인과 시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끝까지 어렵고 난해했던 시와 시인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던 것 같다.

시인을 이해하기에 나의 한계가 느껴졌던 부분이 있어서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

 

시인 양안다에 대해 최백규님의 ,<언제부터 우리는 우리가 된걸까:양안다의 세계>에서

양안다는 세계를 명명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바라보고 질문을 던질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거울이라는 스크린 앞으로 옮겨졌을 때

자아는 세계와 충돌한다.

본인을 바라보는 것이 영화 바깥의 누구인지 영화 속의 본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은

두 존재를 서서히 겹쳐놓는다.

만약에 영화 바깥의 누군가가 세계 바깥의 신이라면

양안다는 이 세계의 신이 되는 것이다. -p119-

양안다 시인의 다른 작품을 한 번 더 읽어보려 한다.

어렵게 느껴졌던 시인의 세계에 한발짝 다가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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