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광장 사막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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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광장 사막

-이광호-

 

 

 

서른을 앞에 두고 있는 저자 이광호의 책

서문에 쓰인 글이다.

좁고 탁한 터널을 탈출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아직 터널 앞에서 서성이고 있을 친구들과의 공유를 위해 지은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숲, 광장, 사막의 총3장으로 구성된 책의 목차엔 각 장 당 27편씩의 우화가 들어 있다.

겁이 많아 은유를 즐겨한다는 저자의 소개로

글 속에 포함된 저자의 의도를 깊히 생각해 보면서 읽게 되었다.

현재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의 시선으로 우화화 하고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여겨졌다.

 

청년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고

최근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분간 할 수 없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고 느낀 터라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그동안 빠르게 성장한 사회의 변화에

세대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곤 한다.

무조건 어른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내세우는 세대와

공평과 평등을 공부한 세대와의 갈등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이뤄져왔던 관습들에 대한 부딪힘은 나 또한 겪고 있는 일이다.

많은 부딪힘과 갈등, 사회의 휘청거림 속에서

자신의 바로 선 가치관을 굳히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걸 생각케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참 많은 것들이 모순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대이다.

 

책의 제1장 숲의 첫번째 우화 '주인과 하인'편에서 부터

저자는 독자의 머리를 세게 자극한다.

빛나는 인간의 시계의 주인이 된 비둘기의 우화에 100% 공감 하며 읽게 된다.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

밥 먹을 시간, 일을 마칠 시간, 잠 잘 시간을 친절히 알려주는 시계가

이젠 주인이 되어

일어나라고 하고, 시계가 허락해야 쉴 수 있고,

시계가 늦었다니까 털이 다 빠지도록 뛰는 하인이 된 비둘기의 모습은 멀리 있지 않다.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

시계를 버리고 몇 시인지 잊어버리게 되어

천천히 노을을 즐기며 집으로 향하는 평화로운 비둘기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누군가 자신이 버린 시계를 줍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책을 읽기 전 무심히 지나쳤던 문구...

 

' 독서 속도 조절을 위해 쉼표가 있는 우측 페이지에서는

쉬어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

책장을 넘기다 보니 책의 중간 중간에

'쉼표 ,'가 하나씩 책의 한 페이지 모두를 채운다.

페이지는 비어 있지만 머릿 속은 여러 생각들로 복잡해진다.

저자의 의도에 함께 머물게 되면서...

 p168 나 혼자 산다

제 2 장 광장편의 '광장'에서의 느끼는 생각이 또 혼란을 겪게 한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스마트폰만 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광장과

아들의 광장이 대립하게 된다.

세대의 세계가 다르고 소통의 방식이 다르다.

 

제 3 장 사막은 여러 부분에서 마음의 사막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를 등장시키지만

현재 사회에 걸맞는 유투브 사업의 개미와 베짱이가 되고,

의미 없는 싸움이 싫은 토끼와 거북이가

타인의 시선에 의한 시합 경쟁을 하며

실력과 재능이 누군가를 이김으로써 증명하는 이야기로 다루어져 있다.

 

'숲을 위해' 편의 아버지의 수고가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가족을 생각할 여력없이 일하는 아버지로 그려진다.

 

아버지는 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숲이 유지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당신을 자랑스러워하셨고,

수년간 숲 밖의 저수지 물을 자신의 뿌리로 흡수해 옮기는 일을 하셨다.

숲을 위해. -p236-

 

백성들의 가뭄 해결을 요구에 탑을 세우는 왕의 정치편에서는

살짝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두 왕자편에서 두 왕자에게

 백성들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왕의 말에 대한

두 왕자의 생각과 판단은 완전히 다르다.

 

고집편의 개와 고양이는 소통이 불가해 보인다.

사용하는 표현의 방식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 모습 또한 멀리 있지 않아 이 우화에 어이없게도 웃음이 났다.

'야옹아 멍멍해봐'라는 애견용품점 간판이 생각났다.

 

해고편과 취업난 편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진다.

청년 취업난에 요즘 애들의 자세로 표현하는 기성세대의 시선과

자신의 자녀들에 대한 기대와의 모순을 볼 수 있다.

그 사이에서 힘들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이 안타깝게 보인다.

경영자 입장과 직원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크다.

 

 

 

두 여자편에서 존경때문에 시중 들 수 없다며

불합리한 명령이 악습이며과 권위주의라고 비판하는 첫째 며느리에 대해

버르장머리 없다고 하는 시아버지,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을 할 수 없다며 변화를 시도하는 첫째 며느리와

공손한 자세의 시중을 드는 둘째 며느리에게 심성 곱고 착하다 칭찬하지만

착한 것이 아니라 단지 권력에 순응한다고 답하는 둘째 며느리...

며느리라는 자리에서조차

두 여자 또한 사회에서의 각자 적응 방식과 대응 방식이 다르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릇된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정답이 있는 걸까?

어느 쪽이 잘하고 못 한다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걸까?

다양한 각도에서의 시각이 필요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라 온 환경과 배움도 다르고 생각과 사고가 다르다.

각자의 가치관 또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p282 사막에 대하여

 

 

책의 가치를 책의 두께와 무게로 판단하지 말 것과

좁고 작은 틀의 활자 배치의 의도를 저자는 모두 밝혀 놓았다.

 

 

책의 80여편의 우화를 읽으며 저자가 의도한 것들을 이해하며 읽으려 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의도 파악이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많은 부분에 공감을 느끼며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시간이었다.

짧지만 쉽지 않았고, 무게는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활자는 작은 틀에 갇혀 놓았지만 생각과 사고는 무한해진다.

 p074 YOLO  개미와 베짱이는 해가 질 때까지 논쟁을 벌였고 끝내 결론을 짓지 못한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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