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책 표지와 책 제목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요즘 직장 근처 운동장에 고양이 세 마리가 태어났는데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참 고양이에 빠져있어 아기고양이 보는 낙에 출근길도 즐거운데 제 곁에도 행복을 말해주는 고양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를 읽게 되었다.

표지와 제목을 보고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은 10년째 동거중인 남자친구가 회사동료와 바람을 피우는 철저한 배신, 가족의 파산소식 등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만은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힘든 일들을 한꺼번에 겪게 된다. 여러 가지 일들로 주인공이 힘들어하던 시기에 말하는 고양이 ‘시빌’이 나타난다. 억지로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던지, 밥을 먹거나 길을 걷거나 무슨 일을 할 때는 오직 하고 있는 그 일에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들어하던 주인공을 슬픔에서 빠져나오는데 큰 몫을 한다. 마치 고양이 ‘시빌’은 주인공의 상담사이자 친구로서 정신적으로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주인공과 고양이 ‘시빌’의 대화중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고양이 ‘시빌’은 더 인간답고 더 현명한 주인공의 친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남자친구의 메일을 뒤져봄으로써 스스로 더 깊은 상처를 받아 아파하고 속았다고 분노하던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 시빌은 오히려 너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되물어보는 부분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뜨끔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비슷한 예로 우리는 ‘혹시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 좀 해줘.’, ‘결혼은 꼭 괜찮은 사람과 할 거야. 평생을 함께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만 해.’ 라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정작 그 말을 내뱉은 당사자는 입장을 바꿔 나는 누군가에게 소개를 해도 될 만한 괜찮은 사람인지, 상대방에게 평생을 함께해도 될 만큼의 믿음을 주는 괜찮은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이지만 더 냉정하게 스스로 당신은 당신이 타인에게 바라는 만큼의 사람인지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힘들 때 힘든 시간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있다면 (물론 사람이 아니더라도)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한 고양이 ‘시빌’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피노키오가 묻는 말

피노키오가 묻는 말
김미조 지음, 김은혜 그림 / 톡 / 2016년 10월

어른이지만 아직도 배워야할 것들이 많고 철이 덜든 어른이기에 먼 훗날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택배로 책을 받자 말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중간 중간 그려진 삽화는 술술 넘어가는 책장을 잠시 머뭇거리게 만들었고 한참 그림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를 꼼꼼히 읽고 난 후 내용을 읽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 피노키오 동화책을 읽으면서 어떠한 의문점을 가질 틈도 없이 거짓말은 나쁜 행동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학창시절 도덕 교과목을 배우며 착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배웠다. 어른이 된 지금 <피노키오가 묻는 말>이라는 책을 보자말자 과연 거짓말은 나쁜 것일까? 착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만이 허용되는 범위의 거짓말인 것 일까?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아니었을까? 등등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중에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자 코가 길어지는 부분을 읽으면서 과거에 읽었을 때와 나이가 든 지금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짓을 했으니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은 하진 않지만 상대방의 생각해서,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거짓말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거짓말을 할 것이다. 떨어져 사는 자식이나 부모님의 식사안부를 물으면서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우린 쉽게 먹었다고 말하기도하며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상처받은 마음을 말이다. 모두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실수에 관대한 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다면 그건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책을 읽으면서 가혹한 벌을 받았다고 고쳐지나요? 나도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는 피노키오를 보니 마음 한곳이 아파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반성이 되었다. 피노키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피노키오가 묻는 말>을 읽으면서 어릴 때 받았던 느낌과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든 지금 든 느낌을 비교해 보며 읽는 즐거움이 있었고 미처 어릴 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빌 시누누 지음, 유윤한 옮김 / 지식너머 / 2016년 10월

살다보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 마다 지금 이순간이 그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매순간 순간이 지금 이대로가 딱 좋아라고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 글쓴이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찾아낸 잘사는 방법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성장하였고 항공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더 많은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기, 재생의 시간, 가족의 유대감, 건강을 위하여, 사랑이란 것, 당신의 성을 받아들여라, 아름다운 슬픔, 삶의 안전지대를 넓혀라, 나의 손님이 되시오 이렇게 총 9개의 주제에 맞춰 짤막한 이야기들로 책은 구성되어있다.

중간 중간 기억해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나 구절은 메모도 하고 나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하고 현재 내 생활에 만족하며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등을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잊지 않고 꼭 기억해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특히 나에게 꼭 필요한 옷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이랑 어울리고 편하게 잘 입을 옷인지 등 옷을 한 벌 사더라도 여러 번 생각한 뒤에 구매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옷장을 열어보면 옷장에 옷이 가득 차 있지만 항상 입을 옷이 없어서 뭐 입을지 고민된다고 말하는 나를 자주 발견하기 때문이다. 분명 요즘 유행하는 옷이니까, 이런 디자인의 색깔의 옷은 없으니까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매일 입을 것처럼 말하며 구매하지만 심할 때에는 한 번도 입지 않고 옷장에 걸어두었다가 입을 계절을 놓쳐 내년에 입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옷장 정리를 한 적도 있다.

‘비우는 것이 때로는 채우는 것이다.’라는 말을 명심하며 비워내고 소박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겠다.

얼마 전 신호등 앞에서 아이가 장난을 치자 부모가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차마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과 손찌검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일이 생각났다. 분명 부모는 아이의 위험한 행동에 주의를 주기위해 한 행동이었겠지만 신호등 앞에 서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아이를 혼내는 훈육방법에는 분명 큰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현명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등 부모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였는지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부모의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차분하게 아이를 다독이는 엄마의 손길이 아이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 속에 녹아든 삶의 태도와 방식은 나로 하여금 대리 경험을 하게 해주었고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으며 매순간을 감사하며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자는 다짐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콘텐츠의 비밀

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가와카미 노부오 지음, 황혜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어서 사실 지브리 스튜디오가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었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검색하다보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벼랑위의 포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고양이의 보은> 등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들은 거의 다 한국에서 개봉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은 어린 아이아이들을 위한 영상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른들이 보기에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내용부터 그림까지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고,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으며 어른들이 보기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지브리 스튜디오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는지 궁금증에 책을 읽게 되었다.

지은이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삽입하여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래서 미처 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 나오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반적으로 정보량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객관적인 정보량과 주관적인 정보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브리 스튜디오는 객관적인 정보량보다 주관적인 정보량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 시선을 왜곡하여 화면에서 더 중요한 부분을 부각해 그려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던지 실제로 카메라에는 담을 수 없는 구도를 나타냄으로써 애니메이션만이 만들 수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 등이다. 무조건 많은 정보를 담으려 하거나, 화려하고 완벽한 그림이 아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장면, 그리고 캐릭터를 만듦으로써 한 작품 한 작품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만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해 알고 싶거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이 얘기를 계속해도 될까요?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니시 카나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의 평범한 일상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아한다. 솔직담백하게 꾸미지 않고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다. 특별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작가들의 삶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놀라기도 하며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와 비슷한 상황에는 어떻게 했을까? 등등 단순한 의문이 생길 때, 가볍게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에세이를 꺼내든다.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는 책 소개부터 니시 가나코의 에세이는 소설을 보는 것 같은 웃음거리와 흥미를 줄 것 같은 기대감에 얼른 읽고 싶어졌다.

공감되었던 이야기들도 많았고 기발하고 독특한 작가 덕분에 혼자 큭큭대며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 에세이를 읽을 때와는 다르게 ‘들어봐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게’ 라고 말하며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평소에 나도 작가와 비슷하게 손해를 보거나 다치거나 할 때에는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더 다치지 않은 게 어디야. 이만큼 손해 본 걸로 액땜했다 치자.’라는 등의 더 크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안도를 하곤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두고 왜 그랬을까 등의 후회나 탓은 최소한으로 하고 그 다음으로 수습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편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고 구매 품목의 조합을 생각하며 어떠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작가가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는 취미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닮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평소 장을 볼 때 필요한 물건들로 카트가 어느 정도 찾다 싶으면 남들의 카트로 눈을 돌려 남들은 무엇을 샀을까?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는 습관이 생각나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니시 가나코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렇게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시 가나코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엿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