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의 풍경
김천수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교도관.

참 낯선 단어다.

영화에서나 봤지, 교도관을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책으로 교도관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김천수는 198720대에 교도관이 되어 202012월에 대전지방교정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그는 몇몇 기관에서 기관장 노릇을 할 때 매월 초마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격려와 칭찬으로 직원들을 보듬기도 하고, 기관장으로서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조언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어주기도 했다. 그 글을 잘 정리하여 담장 안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수용자와 함께 살며 그들의 고충과 애환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때로는 끔찍한 죄질과 반성 없는 수용자의 태도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또다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야만 하는 교도관의 고뇌와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녹아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결국 그 고뇌와 회의를 넘어서는 진정한 교도관으로서의 삶이 담겨있다.

 

그는 참 마음이 따뜻한 교도관이었고, 주변을 돌볼줄 아는 어른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려고 몸부림쳤던 사람이고, 함께하는 동료들과 수용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민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교도관이 되려 애쓴 사람이었다.

자신을 잘 지켜야 주변이 평안하며, 주변을 잘 지켜야 자신이 평안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교도관으로서 정년까지 가는가, 중도에 그만두는가는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 것입니다.

기왕 주어진 시간, 있어야 할 곳이라면 내 소중한 삶의 역사를 기록 중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금의 이 자리를 귀히 여길 일입니다.” 37p

 

그의 삶과 생각이 담긴 담담한 글을 하나씩 보노라면

미처 고민하지 않았던 인생의 부분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내가 했던 고민을 하는 이야기에서는 같은 고민을 하며 괴로워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기도 하고,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삶에서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마음이 먹먹하게도, 감동하게도, 무겁게도, 유쾌하게도 되는 책.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한다.

 

한 번 읽고 나면 또 읽고 싶어질 것이다.

 

(교도관이 아니라 작가라 해도 믿을 정도로 글을 담담하고도 깊이 있게 잘 쓴다.

그리고 등산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유는 읽어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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