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 과학, 신앙, 의심의 길을 걷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홍병룡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4월
평점 :
누군가의 신앙여정을 살펴본다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다.
다른 한 그리스도인의 삶과 그의 회심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신앙이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그가 과학자이자 무신론자였다면 더더욱.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수학, 물리, 화학에 관심이 많았다.
증명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명확한 답을 갖게 되는 학문에 매력을 느꼈고,
인생의 모든 부분들 또한 명확한 것, 증명할 수 있는 것만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무신론자로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는 더 깊은 학문을 공부하면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과학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화학을 공부한 덕분에, 나 자신과 우주가 동일한 기본적인 화학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 그러나 ··· 나 자신과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안다고 해서 의미와 목적에 대한 나의 깊은 의문들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나로서는 과학이론이 우주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이해와 관련이 있는지 그 의미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 탐독과 지성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도대체 왜 무신론을 포용했던가? 그건 유행이었다. 무신론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그리스도인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 그리고 자율성을 원하는 내 욕구와 잘 들어맞았다. ··· 내가 선택하지 않은 더 크고 더 나은 선(善)에 부합하게 행동할 의무를 짊어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과학의 결함을 받아들이는 것,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는 결국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진리와 진정한 자유, 인생의 의미를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통해 발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학과 더불어 신학을 공부하여 제임스 패커와 존 스토트를 잇는 21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신학자가 되었다. 대학에서 조직신학, 역사신학 등을 가르치면서 학문과 신앙의 균형을 갖추고 성도들의 삶과 세상의 문화와 신학을 이어 복음을 선포하는 삶을 살아가는 많은 영적 리더들을 양성했다. 더불어 신학 입문자들을 위한 기본서부터 과학과 기독교(신학)의 관계에 대해 정리하고 기독교를 변증하는 등 수많은 글을 통해 기독교 지성인들을 일깨웠고, 지금도 자신의 지성으로 영혼들을 섬기고 있다.
자신의 회심의 과정을 이렇게 상세하게 기억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가 굉장한 지성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에게 ‘회심’의 사건이 중요하고 소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얼마나 세밀하게 만나고 변화시켜가시는지 알 수 있었고,
또한 지성을 통해서, 무엇보다 과학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심한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쓰임 받을 수 있는지, 신앙에 있어 지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독교에 대해 균형 잡힌 관점을 겸비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