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
제인 셔밀트 지음, 김성훈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추리 소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흥미롭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읽었던 추리 소설’이라는 제한은 그다지 비좁지 않다.

그러나 내가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그때도 이 책은 여전히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처음에 나는 생각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추리 소설들의 유행처럼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얽히고 섥혀 가며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그리고 가정의 소통에 대해 풀어낼 거라고.

어느 부분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책은 좀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디자인이나 무늬가 비슷하다고 해도

짝퉁과 명품은 확실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동대문에 가면 몇 십 만원에 S급을 구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굳이 매장에 가서 몇 배의 돈을 더 내는 것처럼

이 책에는 여타 책들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다.

의사 부부와 쌍둥이 아들, 그리고 예쁜 막내.

표면적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이 가정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완벽하길 바라는 엄마와 무심한 아빠 사이에서

마음을 둘 곳 없는 아이들이 크고 있었다.

아이들은 도피하거나, 외면하거나, 혹은 사라지는 방법으로 부모에게 작별을 고했다.

더 이상의 어린 아이로 머물지 않겠다는 인사를 하는 데에

과한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했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다들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까.

다들 모르는 일이 많으니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 큰 사건을 만들어버린다.

치밀하게 짜여진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나의 가족, 삶, 그리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추리소설임에도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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