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유다이 언틸유아마인 시리즈
사만다 헤이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소설은 데블스 마일(악마의 도로)을 달리는 비행 청소년들로부터 시작한다.

술을 마시고,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160키로를 내달리는 아이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한 남학생이 죽었다.

사람들은 그 사고를 ‘자살’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사고’였음에도.

 

프레디는 끊임없이 자살을 종용하는 메시지를 받는다.

사진을 통해, SNS를 통해 누군가 그에게 죽음을 강요한다.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 압박을 느끼는 프레디는 점점 삶의 의욕을 잃고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리고 다음이 자신의 차례임을 알고 사라진다.

 

경찰인 로레인이 여동생 조를 만나기 위해 고향집을 방문하면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로레인의 관점에서, 프레디의 관점에서, 또 길의 관점에서 각각 치밀하게 짜이며 진행된다.

중간 중간 벌어지는 반전과 추리의 재미는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일반적이지 않은 ‘어떠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소설의 중요 장소는 ‘청소년 쉼터’다.

애초부터 가족이 없었거나, 아니면 도중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족이 없어진 아이들이

주된 피해자였다.

만약, 그들이 온전한 가정에서 있었다면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한 자살이라고 치부될 수 있었을까?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던 딘 하츠의 사고 현장에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이 있고

철도 사고가 난 레니의 얼굴이 뭉개져버렸다는 증거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거다, 가족이 있었다면.

 

쉴 곳을 찾아 헤매는 그 아이들에게도 꿈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고 산다.

암묵적으로 ‘그들은 사고를 칠 다분한 소지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찰자의 입장으로 일기를 써내려가는 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말투가 어눌하고 자폐증이 있는 사람의 말은 종종 ‘터무니없다’고 여겨진다.

나 또한 그들의 우왁거리는 행동들에 반감부터 갖고 피하곤 한다.

그 질병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 또한 그로 인해 무수히 많은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가슴에 하나의 상처를 더해버리곤 한다.

 

보편적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잘난 척을 하고 사는지 생각해본다.

나 또한 다른 누가 보기에는 결점 투성이고,

얄팍한 생각만을 하며 살면서도

많은 것들을 깔보며 지냈다, 버릇없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살로 치부해버린 것은

단지 이 책의 범인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 조금씩 일조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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