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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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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과 독특한 소재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일본 추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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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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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해의 길가메쉬(또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의 신화이다아트라하시스(Atrahasis; 기원전 1635)의 서사시와 더불어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판본 11)는 히브리어 성서의 창세기 6-9장에 등장하는 홍수 이야기와 흡사한 점으로 인해서 잘 알려져 있다저자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중역이 아닌 원전 번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그래서 이 책을 접하기 전부터 내용과 구성에 기대를 많이 한 건 사실이다본 서평자는 독자의 대부분이 고대 근동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저자가 어느 정도로 잘 고려하고 설명을 해 놓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수메르의 도시국가인 우루크의 왕인 길가메시에 대한 묘사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이고 3분의 1은 인간인 우루크에서 가장 힘이 세어서 다른 이가 덤비지 못하는 인물이다이를 두고 사람들이 한탄하자 신들은 창조의 여신인 아루루를 불러서 길가메시에 대적할 만한 힘을 가진 엔키두를 창조하게 한다엔키두는 길가메시가 미인계로 보낸 신전의 여인 샴하트에 반해서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된다엔키두는 길가메시의 오만을 참지 못하고 우루크로 그와 대면하러 간다우루크에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서로 겨루게 되었고 길가메시가 먼저 무릎을 꿇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길가메시는 삼목산에 살고 있는 훔바바를 죽이고 싶다고 엔키두에게 이야기하면서 그와 함께 가자고 한다엔키두와 우루크의 장로들이 만류하지만 길가메시는 이를 무시한다길가메시는 태양의 신 샤마쉬에게 기도한 뒤 엔키두와 함께 길을 나선다.

훔바바와의 싸움에서 둘은 승리하고 돌아오게 된다그 후 하늘과 땅의 여왕이자 전쟁과 사랑의 여신 이쉬타르가 길가메시에게 반해서 청혼을 하지만 길가메시는 모욕을 주며 거절한다이쉬타르는 하늘의 황소를 풀어서 길가메시를 죽이려고 하지만 엔키두가 황소를 죽인다엔키두는 그로 인해 신들의 저주를 받아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죽음을 슬퍼하며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렀다그 뒤 길가메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묻기 위해서 영생자인 우트나피쉬팀을 찾아 방황하게 되고 신들의 정원에 이르게 된다그곳에서 여인숙의 주인인 씨두리로부터 우트나피쉬팀의 뱃사공 우르샤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우르샤나비의 도움으로 죽음의 바다에 도착한 길가메시는 결국 우트나피쉬팀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죽음은 누구도 알수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우트나피쉬팀은 그가 강 입구에서 살게 된 이유를 길가메시에게 설명해주면서 홍수에서 살아남았던 이야기를 해준다길가메시는 우르샤니비와 함께 우르크로 귀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표준판은 엔드류 조지(Andrew George)가 펭귄 클래식으로 출간한 것(아래의 사진)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김산해의 길가메쉬 서사시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산해                                 앤드류 조지

1. 영웅 길가메쉬 왕                     판본 1

2. 엔키두의 창조                         

3. 엔키두의 개화

4. 길가메쉬의 꿈

5.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만남             판본 2

6. 훔바바 살해 음모

7. 닌순의 기도                          판본 3

8. 삼목산 여행                          판본 4

9. 훔바바와의 싸움                      판본 5

10. 후와와의 죽음                       판본 6

11. 이쉬타르의 청혼

12. 길가메쉬와 하늘의 황소

13. 길기메쉬와 아가의 전쟁              12 토판에 없는 부분

14. 엔키두의 악몽                       판본 7

15. 엔키두의 죽음                       판본 8

16.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저승 여행       12 토판에 없는 부분

17. 길가메쉬의 방황과 전갈 부부         판본 9

18. 씨두리의 충고                       판본 10

19. 뱃사공 우르샤나비의 도움

20. 우트나피쉬팀과의 조우

21.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          판본 11

22. 왕의 귀환

 

간략하게 위의 비교를 정리해보면 김산해의 길가메쉬 서사시는 엔드류 조지의 표준판본과 비교해서 13 16장에 12 토판에 없는 부분을 추가로 수록하였다그리고 판본 1이 김산해의 책에서 1장에서부터 4장에 해당하는데 판본 1을 김산해는 지나치게 소제목으로 나누었다는 느낌이 있지만 내용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다만 가독성의 측면에서는 앤드류 조지의 책에 점수를 더 주고 싶은 건 사실이다참고로 범우사에서 출간한 N.K. 샌다즈의 길기메시 서사시 1960년에 출간한 책으로 비교대상에서 제외시켰다이미 엔드류 조지의 책이 가장 최근의 표준 문헌을 담고 있는데 오래된 책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어서이다.

 

참고로 앤드류 조지의 ‘The Epic of Gilgamesh’에서 첫 번째 천년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던 아카드어로 쓰여진 버전을 소개하고 있는데이는 고전적인 형태의 길가메시 서사시이다현존하는 73개의 문헌들을 기본 텍스트로 사용하고 나머지 빠진 부분은 다른 문헌과 심지어 히타이트 버전까지 사용하여 재구성한 것이다길가메시 서사시는 판본(Tablet) 1-11로 구성이 되어있다마지막 판본 12는 학자들이 길가메시의 서사시에 원래 속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그리고 판본 1, 6, 10, 11은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지 않는 상태이다(Andrew George, The Epic of Gilgamesh, 28페이지).

 

김산해의 길가메쉬 서사시의 단점을 한가지 살펴보자면 잘못 알고 있는 성서학의 지식이 드러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현재 성서학계에서 족장시대의 역사성에 의문을 갖는 상황에서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아브라함의 출생을 4127년 전이라고 한 것은 언제적 시대에 어느 학자의 이야기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앤드류 조지의 책이 영어권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길가메시 서사시의 번역본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굳이 한국어 번역본을 찾는다면 김산해의 책이 현재로서는 비교적 무난하게 내용의 구성이 잘 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불필요한 양장판으로 인해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는 것과 앤드류 조지의 책과 비교해서 내용이 처음 길가메시 서사시를 접하는 이에게는 다소 산만해 보일수도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한국에서도 좋은 길가메시 서사시의 번역본을 읽을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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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윌리엄 슈니더윈드 지음, 박정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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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현대인들은 성경이 책이라는 것을 당연시하며 성경이 만들어지게 된 복잡했던 역사속의 과정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성서학자인 윌리엄 슈니더윈드(William M. Schniedewind)는 이 책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원서의 제목은 How the Bible Became a Book: The Textualization of Ancient Israel 로 고대 이스라엘의 텍스트화 혹은 문자화 과정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다)를 통해서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기에 성서 형성과정을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경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기에 많은 진통을 겪으며 형성되어 왔다. 기원전 8세기 히스가야 왕의 시대에 글은 비로소 유대 문화 속에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후 기원전 7세기 요시야 왕의 시대에 구전전승이 글로서 본격적인 성서의 기록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시점에서도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경쟁은 계속되었다. 기원전 3세기에 이르기까지 구전전승은 계속되었고 동시에 성서의 정경화도 거의 완성하게 된다. 한마디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성서의 정경화 과정과 함께 해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공자에게조차 생소할 수 있는 히브리어 성서학의 여러 논쟁들 가운데 특히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이 책에서 지지하고 있는 가설(hypothesis)하나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위 신명기적 역사(Deuteronomistic History)에 관한 학자들의 논쟁은 성서학이 태동한 이후부터 여전히 그 열기가 뜨겁다고 볼 수 있다. 신명기적 역사는 마르틴 노트가 신명기에서 열왕기 상하에 이르는 이야기 창조과정 속에 어느 공통된 역사의식을 가진 고대의 저자가 개입했다고 보는 독창적인 가설이고 대부분의 성서학자들은 신명기적 역사의 존재에 관해서는 공통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마르틴 노트의 신명기적 역사 가설 이후로 학자들 사이에서 편집과정에 대한 논쟁이 생겼다는 것인데 이는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134-141pp). 마르틴 노트가 이 가설을 주장하던 초기에는 열왕기하 25장 30절의 유다의 마지막 왕의 죽음에 이르는 시기를 기준으로 포로기에 쓰인 하나의 열왕기 편집본이 존재했다고 보는 관점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후 성서학자들은 신명기적 역사가 원래 포로기 이전에 쓰여졌을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신명기적 역사에서 희망적 그리고 비관적인 신학적 사상이 서로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서 미국의 성서학자인 프랭크 무어 크로스(Frank Moore Cross)는 요시야의 시기에 신명기적 역사가 쓰였고 포로기 이후에 다시 편집되었다는 이중편집 (double redaction) 학설을 주장하게 되고 리차드 넬슨(Richard Nelson)과 같은 성서학자들에 의해서 지지를 받게 된다. 이 학설로 인해서 유럽의 학자들은 포로기에 작성된 하나의 편집본을 미국의 학자들은 이중편집을 지지하게 된다.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지지하는 포로기 이전의 두개의 편집본에 관한 가설은 최근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바루크 할펀(Baruch Halpern), 이언 프로반(Iain W. Provan)등과 같은 미국의 성서학자들이 주로 지지하는 학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지지하는 이 가설보다는 여전히 영미권의 학계에서는 프랭크 무어 크로스의 이중편집 학설이 높은 지지를 받는 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저명한 이스라엘 고고학자 가운데 한명인 이스라엘 핑켈슈타인(Israel Finkelstein)이 저서 ‘The Bible Unearthed('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됨)’에서 7세기경 요시야 시대의 신명기적 역사의 원본 작성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지지하는 히스기야 시대에 이루어진 신명기적 역사 저술은 많은 지지를 받기에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어 번역본에서 단점을 지적해보겠다. 번역자는 이 책에서 어색한 번역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요세푸스의 고대의 유대인(The Antiquities of the Jews, 296페이지)은 유대 고대사라는 용어로 이미 학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이상한 번역을 해야 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영어 원서들의 제목을 굳이 어색하게 번역하기 보다는 원어 그대로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져본다.


비록 이 책에서 저자가 채택하고 있는 가설들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술서 자체가 가설들의 집합체임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며,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심각한 논쟁이나 학설에 대한 설명은 가급적 자제하고 간단명료하게 성서의 문자화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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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전쟁사 1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26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지음, 박정수.박찬웅 옮김 / 나남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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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의 역사가 요세푸스가 쓴 ‘유대전쟁사’는 제목만으로 보면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유대’라는 말 때문에 기독교와 무슨 관계가 있는 지루한 성서역사 뭐 그런 것이 아닐까, 혹은 어떻게 학술명저번역총서 시리즈에 들어가게 되었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점에 관해서 한 가지 설명하자면 ‘유대전쟁사’는 유대(지금의 이스라엘)가 로마제국을 상대로 기원후 66년부터 70년에 이르기까지 벌인 반란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 요세푸스는 갈릴리를 담당하던 유대인 반란군의 수장이었고 로마 장군 베스파시안(황제가 되기 전)에게 사로잡혀서 그 이후에 로마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헬라어 역사서를 완성하게 되었다. ‘유대전쟁사’ 뿐만 아니라 그의 ‘유대고대사’는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75년 정도까지의 로마, 시리아, 특히 유대역사의 재구성에 꼭 필요한 주요자료(primary source)이다.

 

‘유대전쟁사’가 흥미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에 있다. 로마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의 ’열두 명의 카이사르’에 등장하는 베스파시안과 티투스는 장군의 신분에서 로마의 황제가 되는 로마제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황제가 되기 전에 유대의 반란을 진압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베스파시안과 티투스가 ‘유대 전쟁사’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로마 문학을 읽는 듯한 재미를 개인적으로 느꼈는데 그런 점에서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를 현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이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대전쟁사’의 한국어 번역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동안 달산 출판사의 요세푸스 전집과 김지찬 역자의 요세푸스 번역본이 있어왔지만, 두 번역본 모두 영어 중역본이고 25년 전에 출간되어 한글 맞춤법에 근거한 인명과 지명이 사용되지 않아 오래된 번역본이라는 인식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상당수 전공자들은 로엡(Loeb Classical Library) 하버드 판에 의존하거나, 최근 들어 2000년을 기점으로 스티브 메이슨의 주도로 브릴(Brill) 프로젝트란 이름하에 요세푸스의 전 작품이 주석과 더불어 새로운 번역서로 출간되고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비록 ‘유대전쟁사’만 이긴 하지만 헬라어 원전 번역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나온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먼저 단점부터 살펴보겠다. 이 번역본은 헬라어 원문과 비교했을 때 번역상의 여러 오류들이 발견된다. 또한 공역자 두 명이 용어의 통일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5권 527(173 페이지) 173페이지 이전까지는 젤롯인으로 번역하던 것을 두번째 번역자로 바뀌고 나서 173 페이지부터는 젤롯당으로 번역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또한 1권 286(한국어 번역본 84 페이지)에 보면 ‘안토니우스는 마사다의 점령군을 포위하였다’라고 되어있는데 이는 분명한 오역으로 헬라어 원문과 비교해 보면 안토니우스가 아닌 안티고노스(안티고누스)가 올바른 번역이다. 이 문장에서 하나 더 지적한다면 ‘마사다의 점령군’으로 번역된 부분은 Τους εν Μασαδα로 이를 직역하자면 ‘마사다에 거주하던 자들(영어로 직역하면 those in Masada)’로 되는데 점령군이라는 표현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책이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다소 교정(proofreading)을 꼼꼼하게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어 실망스럽다. 다른 한 가지 점은 주석(commentary)이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책에 포함된 주석의 대부분은 ‘유대고대사’ 나 ‘자서전’과의 비교이거나, 로엡 시리즈의 영어번역본의 주석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서 학문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책 후반부에 번역 원칙(translator’s note)을 두어 번역자가 어떠한 기준으로 헬라어(그리스어) 원전 번역에 임했는지 첨가한 점은 학자다운 점을 잘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번역자들이 인정 하듯이 독자에게 익숙한 고유명사의 사용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다소 일관성이 없는 번역이 된 점은 지적하고 싶다. 성서를 알고 있는 독자에게 익숙한 고유명사를 사용하려면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로엡 시리즈의 영어 번역본(Loeb Classical Library)에 따라서 헬라어나 라틴어 용법이 아닌 영어식으로, 예를 들어 ‘베스파시안’, ‘헤롯’, 이렇게 일관되게 번역했더라면 더 나은 번역본이 되었을 것 같다. 헬라어 본문에 관련된 결정적인 단점은 번역자들이 출판 기술적인 문제로 돌린 바로 헬라어 본문과 한국어 본문의 ‘대조본’으로 되어있지 않고 따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인데, 비록 그리스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긴 하지만 헬라어 본문이 첨가된 점만으로도 충분한 노력이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헬라어(Koine Greek) 또는 희랍어(classical Greek)의 한국어 원전 번역본들 가운데서 그리스어 본문을 실은 번역본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본 것 같아 반가울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유대전쟁사’는 고대의 유대역사를 공부하는 독자 외에도 로마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앞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어서 번역상의 오류를 수정하는 꼼꼼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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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 지식인의 길 - 중국사 지성의 상징 죽림칠현, 절대 난세에 답하다
류창 지음, 이영구 외 옮김 / 유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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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진시대의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필독서입니다. 파란만장했던 죽림칠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어서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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