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윌리엄 슈니더윈드 지음, 박정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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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흔히 현대인들은 성경이 책이라는 것을 당연시하며 성경이 만들어지게 된 복잡했던 역사속의 과정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성서학자인 윌리엄 슈니더윈드(William M. Schniedewind)는 이 책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원서의 제목은 How the Bible Became a Book: The Textualization of Ancient Israel 로 고대 이스라엘의 텍스트화 혹은 문자화 과정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다)를 통해서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기에 성서 형성과정을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경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기에 많은 진통을 겪으며 형성되어 왔다. 기원전 8세기 히스가야 왕의 시대에 글은 비로소 유대 문화 속에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후 기원전 7세기 요시야 왕의 시대에 구전전승이 글로서 본격적인 성서의 기록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시점에서도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경쟁은 계속되었다. 기원전 3세기에 이르기까지 구전전승은 계속되었고 동시에 성서의 정경화도 거의 완성하게 된다. 한마디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성서의 정경화 과정과 함께 해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공자에게조차 생소할 수 있는 히브리어 성서학의 여러 논쟁들 가운데 특히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이 책에서 지지하고 있는 가설(hypothesis)하나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위 신명기적 역사(Deuteronomistic History)에 관한 학자들의 논쟁은 성서학이 태동한 이후부터 여전히 그 열기가 뜨겁다고 볼 수 있다. 신명기적 역사는 마르틴 노트가 신명기에서 열왕기 상하에 이르는 이야기 창조과정 속에 어느 공통된 역사의식을 가진 고대의 저자가 개입했다고 보는 독창적인 가설이고 대부분의 성서학자들은 신명기적 역사의 존재에 관해서는 공통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마르틴 노트의 신명기적 역사 가설 이후로 학자들 사이에서 편집과정에 대한 논쟁이 생겼다는 것인데 이는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134-141pp). 마르틴 노트가 이 가설을 주장하던 초기에는 열왕기하 25장 30절의 유다의 마지막 왕의 죽음에 이르는 시기를 기준으로 포로기에 쓰인 하나의 열왕기 편집본이 존재했다고 보는 관점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후 성서학자들은 신명기적 역사가 원래 포로기 이전에 쓰여졌을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신명기적 역사에서 희망적 그리고 비관적인 신학적 사상이 서로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서 미국의 성서학자인 프랭크 무어 크로스(Frank Moore Cross)는 요시야의 시기에 신명기적 역사가 쓰였고 포로기 이후에 다시 편집되었다는 이중편집 (double redaction) 학설을 주장하게 되고 리차드 넬슨(Richard Nelson)과 같은 성서학자들에 의해서 지지를 받게 된다. 이 학설로 인해서 유럽의 학자들은 포로기에 작성된 하나의 편집본을 미국의 학자들은 이중편집을 지지하게 된다.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지지하는 포로기 이전의 두개의 편집본에 관한 가설은 최근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바루크 할펀(Baruch Halpern), 이언 프로반(Iain W. Provan)등과 같은 미국의 성서학자들이 주로 지지하는 학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지지하는 이 가설보다는 여전히 영미권의 학계에서는 프랭크 무어 크로스의 이중편집 학설이 높은 지지를 받는 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저명한 이스라엘 고고학자 가운데 한명인 이스라엘 핑켈슈타인(Israel Finkelstein)이 저서 ‘The Bible Unearthed('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됨)’에서 7세기경 요시야 시대의 신명기적 역사의 원본 작성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윌리엄 슈니더윈드가 지지하는 히스기야 시대에 이루어진 신명기적 역사 저술은 많은 지지를 받기에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어 번역본에서 단점을 지적해보겠다. 번역자는 이 책에서 어색한 번역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요세푸스의 고대의 유대인(The Antiquities of the Jews, 296페이지)은 유대 고대사라는 용어로 이미 학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이상한 번역을 해야 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영어 원서들의 제목을 굳이 어색하게 번역하기 보다는 원어 그대로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져본다.


비록 이 책에서 저자가 채택하고 있는 가설들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술서 자체가 가설들의 집합체임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며,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심각한 논쟁이나 학설에 대한 설명은 가급적 자제하고 간단명료하게 성서의 문자화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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