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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와 에세이
송정연.송정림 지음, 류인선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4월
평점 :
살면서 힘들 때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인 엄마...
그러나 내가 힘들 때나 엄마가 힘들 때 함께 읽고 싶은 시는 있지만 정작 같이 읽거나 시를 들려 줄
엄마가 내 곁에
계시지
않기에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먹먹해졌던 책이다.
책을 펼치고 내용을 들여다보고 자매가 함께 책을 쓰게된 이유를 알게 되고는 마음이 짠하기도 했지만 시를
읽어드릴
엄마가
아직 저자의
곁에 있음에 오히려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은 방송 작가와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자매가 함께 쓴 책으로 제주의 요양원에 계신 구십이
훌쩍 넘은
어머니에게 자매가
수년간 어머니 옆에서 읽어내려간 시와 함께, 그 시에 얽힌 가족 이야기와 어머니에게 전하는
말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자매는 매일 조금씩 기억을 상실해 가는 엄마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더 자주 제주를
찾게 되었고
점점 기억하는 시간이 짧아진 어머니와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어지자 평소 문학과 시를 좋아했던 어머니를
위해 시를
한 편씩 읽어드렸는데,
다른 기억은 잃어도 전날 읽어드린 시는 잊지 않으시는 걸 보고 더 자주 읽어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어머니 연배에는 글을
모르는 분도 꽤 많았을텐데, 문학과 시를
좋아하셨다니 참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울
엄마도
과연 문학과
시를 좋아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딸만 내리 넷을
낳고 막내로 아들을 낳은 울 엄마는 시집살이를
심하게 하셔서 잠시도 마음 편하게 쉬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나이
스물 살 무렵 엄마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돌아가실 때까지 난 엄마가 문학과
시를
좋아했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나
내가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학창시절
엄마 닮아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젊은
시절 울 엄마도 시를
좋아하셨을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 엄마가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더라도 지금 내 곁에 살아계신다면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시를
읽어드렸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책에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시들부터 좋아하는 시인인 윤동주, 정호승의 시, 잘 알지못하는 이름
모를 외국 시인의
시들이 조금은 새롭게 가슴 깊이
다가온다.
엄마와 함께한 즐거운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어린 네 자매가 엄마와 함께 목욕하던 그때, 엄마와 함께
노래 부르던
그때, 엄마가
끓여주신 맛있는 된장국을 먹던 그때, 우리 자매가 피곤한 엄마의 발마사지를 해드리던 그때…….
그 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계절로 치면 푸른 오월이에요. 지금 이 순간…… 엄마에게 시를 읽어드리는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반짝이는 아름다운 한때, 푸른 오월로 기억되겠지요. --- 157
페이지
책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 네자매가 함께
깔깔거리며 목욕했던 그 순간과 마당에
연탄불을 피워 부침개며, 쑥버무리,
화전을 만들어 주시던
그 순간이
어쩌면 내게도 지금처럼
신록 가득한 눈부신
푸른 오월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무원인 남편을 두었고, 네 자매를 키웠던 저자의 어머니처럼 울엄마도 역시 그렇기에 마치 저자의
어머니에게 내가 시를
들려주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 화사한 봄날 이
책을 마주한 순간 절절하게 엄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