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
최예선 지음, 정구원 그림 / 지식너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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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라는 시간은 참 오묘한 시간인 것 같다.

어찌 생각하면 아침형 인간에게는 하루 중 무엇을 하기에도 어중간한 시간일 수도, 느지막히 하루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활기차게 시작하는 시간일 수도, 그리고 하루 중 가장 나른하고 졸리는 시간일 수도, 한 낮이 저물어가면서 서서히

햇살이 드리우기 시작하는 아스라함이 있는 시간인 듯 싶다. 

<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는 서울에서 활동하며 서울을 품었던 예술가들이 활동했던 동네의 고택들을 서울에 머물며

서울에 대해 글을 쓰고자 했던 저자가 직접 돌아보며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예술가들의 체취와 흔적을 찾아내어

같이 산보를 떠나 듯 우리에게 나직히 들려준다.

어느 한 방면의 예술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건축가, 문학가, 미술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저자의

풍부한 상식에 놀랍기만 했다.

 

책 속에 소개된 곳들은 겨우 15여년의 서울 생활로 내가 직접 가본 곳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명을 많이 들어봤을 만큼

제법 유명한 곳도 있고, 낯선 곳도 있고,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곳도 있어 저자의

상상력과 감성이 느껴졌다.


예술인들과 저자가 머물렀던 장소를 하나씩 연결지어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로 소개하기에 어디든 마음에 드는 작가부터,

마음에 드는 장소부터 읽을 수 있어 좋았는데, 난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의 시작 공간' 부터 먼저 읽었다.

학창시절 그의 생애에 대해 제법 공부를 했다 싶었는데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 반갑기도

하고 비참하게 절명한 그의 생애가 다시 한번 되새겨지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했다.

언제나 그 자리는 많은 사람들이 늘 지나다니는 거리, 건축이지만, 그 곳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술가들의 역사와 인물, 건축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그 곳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앞으로

그 곳들을 지나다보면 이 책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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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마음을 나누는 연탄길 그림책
이철환 글, 흩날린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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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이별을 겪어왔지만, 이별은 늘 슬프고 아픈 기억으로만 내게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이들과 꽤 많은 이별을 ,영원한 이별을 겪었기에 이별은 내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지요.

이별이 슬프다는 것은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이철환 작가의 <아름다운 이별> 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어찌보면 아름다운 이별이라니 참 역설적 제목입니다.

가슴 아프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비슷한 제목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이철환 작가하면 연탄길이 먼저 생각나는데,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연탄길의 훈훈한 이야기가 떠오르곤 합니다.

어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저자의 베스트셀러인 <연탄길> 시리즈를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가치를 전해주는

내용들을 골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마음을 나누는 연탄길 그림책’ 시리즈로 탄생했는데, 아름다운 이별은 초등

학교 5학년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랍니다.

 

부모와는 또다른 색깔의 사랑을 주시는 분이 할머니가 아닐지...

할머니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한번도 아이의 곁을 떠난 적이 없이 늘 함께 하는 분이시지요.

아이는 기역 자로 구부러진 허리에 뒷짐을 진 채 걸어가는 할머니를 따라하고 할머니 볼에 뽀뽀를 하며 늘 할머니와

함께 하지만 어느 날, 감기에 걸린 할머니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고 의사로부터 올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라는 말을 듣게 되지요.

갑자기 찾아온 슬픈 소식에 상심한 가족들은 할머니를 이대로 보낼 수가 없어 겨울을 붙잡고 싶어하는데요.

이대로 겨울이 계속된다면 할머니가 영영 가족들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지요.

할머니 앞에서는 봄이 와도 늘 겨울 옷을 입지만 영원한 겨울은 없는 법...

화창한 6월 할머니는 영원히 가족 곁을 떠나게 되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차마 떠나보낼 수 없어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고 싶어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라 할머니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더 진솔하게 느껴지는 듯하고,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린 그림이 죽음을 앞두고 서로 이별해야 하는 할머니와 가족 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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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시키는 한 방울의 눈물
천쉐펑 지음, 조영숙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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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별명이 '울보'였을 만큼 눈물이 많은 편인 나는 슬픔을 잘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리곤 한다.

슬플 때도 울고, 기쁠 때도 울고, 억울하거나 분할 때도 눈물이 난다.

남의 결혼식에 가서도 사연있는 여자처럼 눈물이 나고, 장례식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군가 출산을 했다고 하면 또

왜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첫 아이를 출산했을 당시에도 아기를 첫 대면하는 순간 감정이 목받쳐 눈물을 한없이 흘렸던 기억이 난다.

눈물이란 건 참 신기한 것이 슬플 때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기쁠 때도 감동을 받을 때도 흘리는 것인 것 같다.

일상 속에서 힘들 일,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은 아마도 누구나 있지 않을까?

평소에도 느껴오던 사실이지만 그런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어쩌면 나를 한걸음 더 성장시키는 기회일수도 있음을 <나를

성장시키는 한 방울의 눈물>을 읽으며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를 성장시키는 한 방울의 눈물> 의 저자는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중국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세계 공통의 주제 아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1월부터 12월까지 각각 서른 한가지의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서른 한 가지의 스토리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주변에서 볼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 친근하게 느껴져 마음이 잔잔해졌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물론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 친구와의 사랑 이야기도 담고 있다.

사랑이란 즐겁고 행복한 것만이 아닌지라 잘못된 사랑으로 인해 이별의 아픔을 겪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아파하는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 애틋한 마음도 들었다.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른 한 개의 모두 다른 이야기인지라 어느 달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되니 읽기 편하고

좋았고, 여고 시절 좋아했던 편지지 같은 분위기의 그림이나 사진들로 인해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가 은은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내가 두 아이의 엄마이고, 우리 5남매를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신 엄마 생각에 들어서인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부분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저자는 사랑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믿음(Belief)이며, 헌신(Devotion), 이해(Understanding), 기꺼이 하는 마음(Willingness) 이라는 마지막에 담긴 사랑에 관한 26가지 알파벳 해석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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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박경희 지음, 김인옥 그림 / 고려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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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오십,봄은 끝나지 않았다>를 읽으며 나도 오십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문득 깨달았고, 울 엄마 생각이 간절했다.

왠지 서른엔 <서른,잔치는 끝났다>를 읽어야하고, 마흔엔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을, 오십엔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를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십은 한 세기 백년의 반이므로 반 세기이니 참으로 긴 세월인 듯 싶다.

논어에서 오십을 비유적으로 지천명으로 표현했는데,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이니 하늘의 명을 알만큼 긴 세월인 것이다.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긴 하겠지만 보통 여자 나이 오십대가 되면 주로 갱년기를 앓을 나이이고, 자녀들이 대학 졸업으로,

취직, 결혼으로 독립을 해나갈 시기이며 남편들은 은퇴를 할 시기인 것 같다.

라디오 작가 출신으로 청소년·어린이 책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도 오십대에 갱년기를 앓고, 큰아들을 장가보내 며느리를

맞았고, 손주를 보았고,남편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고, 질풍노도의 길에 서 있던 작은아들은 영화 프로듀서가 되었단다.

50대 중반을 맞은 저자가 50대 중년 여성들을 위해 오십 대를 어찌 보내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느끼며 살고 있는지

들려주는 산문집이라 공감이 간다.

요즘 유행인 그 흔한 썸을 타는 것도 아닌데, 오십이란 나이는 여자지만 더는 여자가 아닌 듯한 묘한 혼란을 주는 나이인

것 같다.

<여자 나이 오십,봄은 끝나지 않았다> 는 갱년기 우울증, 황혼 이혼, 성형 등 중년이 되면서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해 풀어내고, 두려움 없이 미래를 맞기 위한 준비에 대해 이야기와  중년에 피해야 할 일들, 제2의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년에 피해야 할 꼴불견 여섯 가지는 혹시나 하고 마음에 담아 두게 되었고, 멋진 중년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며

인생 제 2막을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며 읽었다.

책 끝에 수록된 오십에 읽으면 좋을 책과 오십에 보면 좋을 영화는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어 챙겨읽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중년의 꽃을 피우는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내게도 다시 꽃이 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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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은 흐른다 문학의 즐거움 48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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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내 곁은 떠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이별의 준비도 할 사이 없이 갑작스럽게 내 곁을 떠난다면, 그런 일을 어릴수록 겪는다면 그 충격을 더 클 듯하다.

처음으로 내가 기억하는 가까운 주위 사람의 죽음은 여고 시절 같은 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우리 곁을 떠난 일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수업이 끝난 후 하교했던 친구는 다음 날 교실로 영원히 돌아올 수 없었다.

반 친구들과 난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오열했었고, 우리 반 교실의 친구 책상 위에 한동안 국화가 올려져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들의 시간은 흐른다>는 친구의 죽음을 겪은 후 그 충격을 극복해나가는 6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울 아이도 6학년인지라 우리 아이라면 어땠을가 싶은 마음에 더 관심있게 읽게 되었다.

쾌활하고 엉뚱하지만 사려 깊은 성격으로 모든 반 친구들에게 인기있던 타쿠야가 바닷가에서 행방불명이 되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자 반 아이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된다.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매일 가까이에서 보던 친한 친구의 죽음을 맞은 아이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야기는 6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타쿠야의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각각의 화자가 되어 타쿠야가

죽고 난 뒤 벌어진 여러 사건과 상황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구야의 바로 뒷자리에 앉았지만 타구야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노리코는 타쿠야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을 더욱 두려워

하게 되고, 단짝 타쿠야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삼총사 카즈마, 마사오미, 히로키의 화보집 이야기, 타쿠야를 짝사랑

사유리와 타쿠야의 소꿉친구 후미 이야기, 모범생 반장 사노 이야기, 테니스를 치며 우정을 쌓은 무라키 이야기, 마지막

으로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까지...

친구를 잃었지만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타쿠야에 대해 저마다 다른 추억을 간직한 채 안타까운 이별을 준비

하는 모습에서 타쿠야의 죽음에 의연한 척할 수밖에 없는 담임 선생님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의젓하게 느껴졌다.

타쿠야의 책상을 없애려고 하는 선생님에 반대하며 타쿠야의 책상을 지키려는 반 아이들의 모습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학생들도 역시나 똑같이 친구들의 책상을 지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친구의 죽음을 잊을 수 있을지, 우리들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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