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강]희망을 찾아가는 성장소설

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어른이 되었음에도 성장소설을 즐겨 읽는지라 새로운 청소년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사계절문학상

수상작을 자주 접하는데, 이번에는 11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인 더 빨강을 만났다.

표지의 띠지에 강렬한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한 문장까지 맛있게 맵다!. 삶은 여러가지 맛의 변형이다.

청소년 성장 소설답게 중학생, 고등학생인 10대들의 추천사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더 빨강>은 막막한 현실에 놓인 청소년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막막한 현실에서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모험을 겪은 뒤 희망을 갖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좇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인 18세 길동에게는 2년 전 사고로 머리를 다쳐 일곱살 지능을 가진 아버지가 있다.

엄마와 형이 있지만, 아빠의 사고 이후 아빠 대신 생계를 위해 차린 치킨집을 운영하느라 늘 바쁜 엄마와

형 때문에 열 여덟 살 길동이 아빠를 돌보는 것이다.

그의 형은 어릴 적 길동이가 가장 동경했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취직을 위해 몇년 째 이력서만 열심히 쓰며

엄마가 운영하는 치킨집 배달을 맡고 있으나 방문을 잠근 채 며칠씩 꼼짝하지 않는 날이 많아 어머니의 속을

태운다. 이런 가정 환경때문에 길동의 삶은 암울하기만 하다.

길동은 답답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고 밤마다 '야동'을 보며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 달에 한 번꼴로 여자

친구를 갈아 치우는 친구 희우의 '그냥 여자 친구' 미령을 알게 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미령을 따라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모임 '더 빨강'에 가입하게 되는데...
외롭고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길동.

“매운 걸 좋아하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은 그냥 좋아서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욕구 불만일 때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삶이 재미없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 매운 걸 먹고 정신이 번쩍 들 수도 있고.”

보통 힘들거나 괴로울 때 인생의 매운 맛을 본다고 한다. 미령은 어릴 때 겪은 사건의 충격으로 매운 것에

집착하게 되었고, 길동은 미령으로 인하여 아니 어쩌면 자신의 현실을 잊기 위해 매운 것을 찾는 것은 아닐까?..

길동이가 야동에 빠져들고, 야한 꿈을 꾸는 장면 묘사는 청소년이 보기에는 민망한 부분으로 다가오지만 책을

통해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의 숨겨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무뚝뚝했던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7살이 되어버렸지만 그 모습까지 보듬어 안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길동이가 매운 맛 다음으로 느낄 맛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교실 카스트]현대판 교실 신분제

교실 카스트
스즈키 쇼 지음, 혼다 유키 해설, 김희박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인도 사회 특유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는 2,0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인도 독립 후 법적으로는 철폐되었으나 여전히 아직 남아 인도인의 생활 저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만큼

강력한 신분제도이다. 그러므로 아직도 이 카스트 제도에 의해 인도에서는 결혼, 식사, 직업 등에 관한

엄격한 규제하에 놓여 있다니 놀랍다.

그런 강력한 카스트 제도가 학교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다.

물론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들은 바가 많긴 했지만,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근본적인 뿌리가 교실 카스트에서 비롯되었다니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10대를 2명이나 키우고 있는지라 자고 나면 들리는 집단 괴롭힘, 따돌림, 학교 폭력 등 학교 문제와 그로 인한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남의 일만이 아니라 내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무서울 때가 많다.

교실 카스트의 저자는 동경대 대학원 교육학부 박사과정에 있는 스즈키 쇼로 교실 내에 존재하는 신분제도를

파헤쳐 분석한 책이다.
처음 제목을 본 순간 참 특이하다 싶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익히 알고 있던 카스트 제도의

의미를 생각하면 교실 카스트가 어떤 의미를 말하는 것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지메 현상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으니 이런 문제에 대해 일찌감치

연구가 이루어졌던게 아닐가 싶다.

저자는 현재 대학교 1학년 학생과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실 내 신분제도에 대해 인터뷰하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분석해 학교문제, 교육의 미래를 담아내어 교실 내의 신분제도 '교실 카스트'를

본격적으로 파헤쳐 일본 현지에서 출간과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실 카스트가 무엇인지, 이지메와 교실 카스트의 차이, 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의 

카스트의 세계, 교실 카스트의 전략, 교사 입장에서의 교실 카스트, 교실 카스트에 대한 논점과 대책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교실 카스트라는 명칭으로 불리지 않았다 뿐이지 어쩌면 예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구조가 아닐까 싶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단순히 교실 카스트 문제와 많은 논쟁만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학교를 다니며 교실 카스트로 인해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들, 학교 교사들께 조언 한마디,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조언 한마디가

담겨있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 현실과 다른 면들도 보여 조금은 불편함도 느꼈지만, 학교 폭력이나 왕따 현상이 교실 카스트에서

비롯되었다는 메세지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가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악플전쟁] 소리없는 전쟁

악플 전쟁 ㅣ 별숲 동화 마을 5
이규희 지음, 한수진 그림 / 별숲 / 2013년 8월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 보급율이 세계 1위였는데, 올해는 4위로 내려앉았다고 하지요?

그래도 제법 높은 수준이 아닐까 싶어요.

인터넷 보급율이 높은 만큼 인터넷 사용 예절 또한 수준이 높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요.

얼굴을 보지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익명성 때문에 상대방에게 고의적인 악의가 드러나는 비방성

댓글을 다는 악플이 난무하는 안타까운 일이 비일비재한 것 같아요.

특히, 연예인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악플로 인해 자살하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구요.

 

'얼굴과 이름을 숨긴 채 인터넷상에서 함부로 친구를 모함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그 일이 친구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슬픔이 된다는 걸 알고 있을까? 만약 그런 친구가

있다면 때로는 그런 행동이 거꾸로 자신을 울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이렇게 책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작가의 말처럼 악플이라는 사이버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어린이의 인터넷 문화 문제점을 왕따 이야기와 연관지어 다룬 창작동화입니다.

'정보의 바다' 가 되어야할 인터넷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욕설과 남을 헐뜯는 장소로

변하여 어린이들에게까지 깊게 물든 상황을 이야기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민주는 별명이 '뚱순이'ㆍ'곰순이' 이라 불리며 언제나 혼자이지요.

반 친구들은 생선 가게를 하는 민주에게 비린내가 난다며 멀리하고, 반의 실제적인 리더이자 아역

탤런트인 미라를 중심으로 한 '짱오'(짱 잘 나가나는 다섯 명의 아이들)는 대놓고 미라를 무시하기

일쑤이지요.

그러다가 서영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되고, 예쁘고 발표도 잘하는 서영이가 반 친구들 모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자 미라는 서영이를 질투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익명으로 거짓글을

올리지만, 서영이가 의견을 조목조목 인터넷에 반박하자 친구가 없는 민주를 이용하여 서영이를 도둑으로

몰 음모를 꾸미지요.

결국 친구들에게 도둑으로 몰려 상처를 받아 하루하루 변해가는 서영이와 양심의 가책을 받는 민주.

저자는 가해자인 미라와 피해자인 서영, 방관자인 민주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 아이들 사이에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가 있어야함을 보여줍니다.

딸아이는 책을 읽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무척 공감을 하며,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라고 하니 기특하더라구요.

어쩌다 아이들까지 이런 일에 빠져드는 것인지 안타깝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은 아이들만이라도 인터넷

사용 에티켓을 지켜, 악플이 아니라 선플을 다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벌레들]소설로 보는 우리 역사

벌레들 - 역사 테마 소설집 ㅣ 바다로 간 달팽이 9
강기희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10월

북멘토 청소년문학선 바다로 간 달팽이 시리즈는 중학생 울딸도 나도 즐겨보는 시리즈인데,

이번에는 역사 테마 소설집 벌레들을 만나보았어요.

제목도 특이하고, 역사 테마 소설집이라고 해서 만나기 전부터 어떤 책일까 궁금했는데,

동학농민운동을 비롯해 의열단의 독립운동·, 제주4.3, 국민보도연맹, 부마항쟁, 유신독재의 잔재인

삼청교육대, 광화문 촛불까지 우리 역사의 주요한 순간들을 모티프 삼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네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청소년들은 역사라고

하면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소설로 만나면 역사가 조금은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오리라 생각됩니다.

매 작품마다 시작하기 전 한국 근·현대사 연표를 실어놓아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을 따로 표기하고

있어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잘 살펴볼 수 있도록 해서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의 전후 맥락을 잘

알 수 있어 작품을 쉽게 읽도록 하고 있어요.

작품의 끝에는 작가의 말을 수록하여 역사적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작품을 쓰게 된 의도를 설명하고 있어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허구가 가미된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의 민주, 인권, 평화의 주춧돌이 된 근·현대사의 주요한 사건, 인물 혹은

특정한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그 당시 역사적 상황 속에 뻐져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역사적 사건들을 소설로 만나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마음 짠하게 다가와 공감하게 됩니다.
그동안 역사 책에서는 그리 많이 다뤄지지 않았었던 국민보도연맹의 처참한 학살 현장과 제주 4.3 항쟁을

담아내어 조금은 생소했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역사극에 나오는 관청 그리고...]과거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역사극에 나오는 관청 그리고… ㅣ 파란마을 8
차승우.원시인 지음 / 파란하늘 / 2013년 9월

중학생 큰딸은 역사를 좋아하는 아빠를 닮았는지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일반 드라마는 못보게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역사 드라마는 보게끔 하는 편입니다.

보통 역사극들은 역사적 사건에 기초하여 재미가 있도록 재미나는 요소들을 덧붙여 만들다보니

역사적 사건을 과장되게 그리는 경우도 있고, 허구적인 요소도 많이 가미되어 오류가 생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수행했던 요즘으로 치면 관공서에 해당하는 기관들이 하는 일들은

거의 오류없이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내가 재미있게 봤었던 대장금이나 허준, 비교적 최근에 방영해서 아이가 특히 좋아했었던

해를 품은 달 등에서도 많이 나왔던 조선시대의 여러가지 국가 조직과 행정이나 사상, 종교, 정치, 사법 등

을 맡은 관청들을 한데 모아 놓은 책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으로 치면 시청, 구청이나 보건소, 국립 도서관, 법원,경찰서 등의 일을 하는 곳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내 경우에는 학창시절  단순히 역사책 속에서 배웠던 이런 관청들은 참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역사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와 어울려 등장하는 관청들은 그나마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조선의 행정체계, 사상과 종교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를 대표적인 관청을 중심으로 현재와 비교해서

다양한 행정조직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중앙행정조직은 의정부와 6조의 체계로 이루어져 국가의 중요한 정사를 논의하는 의정부와 승정원 행정기관을

견제하는 기구인 홍문관, 사헌부, 사간원의 3사와 죄인을 다스리는 의금부등 각각의 행정조직들에 대해 만나볼

수 있어요.

관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드라마를 속 장면처럼 대화식 형태의 그 시대의 상황극이 담아내고

있어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비교적 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했던 규장각, 승정원, 의금부, 포도청, 혜민서, 서당, 주막 등은 아이에게 조금

익숙한 편이라 아이가 그 부분을 더 재미있게 보더라구요.

지난 여름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마지막 주막인 예천의 '삼강주막'에 들러 파전과 도토리묵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 그런지 특히 주막을 눈여겨 보았어요.

조선시대 주요한 기관들이 어디에 속하며, 어떤 일을 했는지를 사진 자료와 함께 담고 있어 좀더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역사극을 볼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