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을 읽으며 나도 오래 전 엄마를 잃었기에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져 슬프기도 하고 공감하며 읽었다.
처음엔 책 속 내용의 첫 제목인 49일이 사람이 죽은 뒤 죽은 자를 떠나보내기
위한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
의례인 것을 몰랐다.
차차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어머니 사후 49일째부터 100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 19회 한겨례 문학상 수상작으로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저자가 2년 전 65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제대로 보내기
위해 1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쓴 글
이라는데, 소설이면서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49일 전에 엄마가 죽었다. 심장마비. 향년 65세..
25년 전 51세의 나이로 내곁은 떠난 울 엄마..
울 엄마는 너무도 일찍 내 곁을 떠나 내가 어렸던 탓에 책 속 주인공인
소희처럼 엄마를 두번 보내는 일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사람이 죽는다면 살아남아 있는 누군가가 죽은 사람을
위해 해야할 일이 생각보다 정말
많을 듯 싶다.
사람의 죽음은 신체의 기능 정지라는 자연의 현실과 사회적 인격의 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사건이다. 죽은
사람에겐 정지한 몸의 현실에 맞춰 정신을 조정할 힘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그걸 해줘야 한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 본문 17쪽
이 부분이 참 마음에 슬프면서도 공감이 가서 마음에
와닿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승에서의 신변을 정리하는 사회적 절차와 사망신고를 하는
기분은 어떨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르리라...
엄마를 잃고 한동안은 죽음을 가까이 한 적이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앞으로
죽음을 겪는 일이 점점 많아질테니
언젠가부터 죽음이 삶과 동떨어지거나 낯설고 적대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나에게도
나의 가까운 이들에게도 곧 닦쳐
올 삶의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주인공 석희는 세 자매 중 둘째로 언니 소희는 결혼하고 호주로 이민을 갔고,
박사학위를 받은 막내 은희의 이기적인
속성 때문에 결국 현실적인 뒤치다꺼리는 모두 그녀의
몫이다.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는 철이 없고, 언니나 동생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만 할 뿐 그 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고,
교회 사람들과,주변 사람들은 진정성 없이 형식적으로 슬퍼하는 듯하며 공격하고
상처를 주고, 상조회 의전관과 장례
방식 및 비용 등을 놓고 실랑이도 벌여야 한다.
이렇듯 책에는 평범한 죽음이 치러내야 하는 사회적 절차와 그 과정의 복잡한
이면을 담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 풍경과 그 이전,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던 시절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뒤섞어가며 어머니 죽음의 앞과
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어머니 살아생전 삶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평범한 이 땅의 어머니의 모습같고 울엄마의
모습같아 마음이 짠했다.
이야기 맨 마지막에 ‘계속’이라고 표기한
것은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위중한 병을 안은 아버지가 또다시 어머니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계속해서 밟으리라는 의미가
아닐지..
엄마는 원래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우리를 낳아서
키우느라고 엄마인 엄마가 되었다. - 본문 82쪽
저자는 날것 그대로 아파하고 분노하고
원망하고,운다.엄마를 잃었는데 무슨 절제가 필요한가.세상의 모든 책, 모든
페이지를 다 채운다고 해도 부족할 내 엄마의 이야기인데. - 추천의
말 317쪽
마지막의 소설가 김인숙의 추천사까지 공감이 가서 인생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