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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만나 ㅣ 창비시선 520
송정원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시집 제목이 꼭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인사 같다. 다짐 혹은 약속 같다. 인사와 다짐과 약속이 서로를 알지 못해도 가능한 일임을 시를 읽고 나니 알 듯한 기분이 들어서 들뜬다.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다 읽고 나니, 시 속에서 나오는 “둥근 얼음”이, 입속 “자두 맛 사탕”이 다 녹아 사라졌다. 그렇게 녹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시를 읽는 내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거 같다. 매일의 풍경 속에서 시인에게 유독 깊이 남았을 장면을 나눠 보는 게 좋았다. 그게 버스를 같이 탔던 사람들이든,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이든, 갑작스레 비 내린 야외 수영장이든, 골목에 버려진 물건이 가득한 낡은 주택가든. 시인이 거기서 본 걸 나도 시 속에서 보았으니 다음에 어디서든 또 불가능할 것 같은 방법으로 만나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