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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하루 ㅣ 모든요일그림책 19
송희진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5년 6월
평점 :

며칠 전, 딸아이와 함께 그림책 『나의 완벽한 하루』를 읽었다. 송희진 작가의 책으로, 유아용 그림책이지만 초등학생인 딸아이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든 따뜻한 책이다.
계획대로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악어가 주인공이다. 아침부터 빈틈없이 하루 일정을 세운 악어는 오늘도 완벽한 하루를 보낼 준비를 한다.
처음엔 ‘이런, 또 계획이 틀어졌네’ 싶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바뀐다. 악어는 자신이 하려던 일을 뒤로 미루고 하나씩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도와주면서 바쁜 하루는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악어의 얼굴은 점점 더 환해진다. 그리고 친구들도 한 명씩 웃으며 돌아간다.

딸아이와 이 장면을 함께 읽는데, 아이가 피식 웃는다. 이유를 물으니 “계획은 망했는데 기분은 좋아 보여서”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계획대로 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마음이 따뜻하고 뿌듯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그런 날이 있지 않나.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은데 괜히 기분 좋은 날.
이 책의 그림도 이야기의 감정을 잘 담아낸다. 둥글고 따뜻한 그림체, 부드러운 색감 덕분에 악어와 동물 친구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색이 과하지 않고 차분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도 편안해진다. 글은 짧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유머와 따뜻함이 함께 담겨 있어서 아이도 잘 집중해서 읽었다.

책을 덮으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건 계획이 망한 게 아니라 좋은 하루가 된 거야.”
그 말이 참 좋았다. 어쩌면 ‘완벽한 하루’라는 건 계획대로 흘러가는 날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고 마음을 나눈 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자기도 완벽한 하루를 그려보겠다고 했다. 친구랑 놀던 시간, 좋아하는 간식을 먹은 날, 엄마랑 나란히 누워 책을 읽던 저녁. 그런 순간들이 아이에게는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이런 게 행복인 것 같다”고 말하는데, 괜히 가슴이 따뜻해졌다.
'나의 완벽한 하루'는 유아용 그림책이지만, 초등학생은 물론 어른에게도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이다. 바쁘게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무엇이 진짜 소중한지, 무엇이 우리를 웃게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딸아이와 함께 읽으며 오늘 하루를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와 조용히 마음을 나누고 싶은 날,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