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이란 건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줄지어 연결된 행렬 같은 것이라고 생 각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진 딱히 구분 지을 수 없는, 똑같은 청소년 시절의 연속이라고. 그러나 가끔 그 행렬이 건너 온 다리를 세어 보면 문득문득 놀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함께 건너고 있는 친구들과 이 다리에 기념비적인 무언가를 새기고 싶다는 욕심 이 든다. 추억될만한, 먼 훗날에 행렬의 끄트머리에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그래서 중학교 주인공들은 신비의 동네영웅인 철수맨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열중한다. 철수맨을 밝혀낸다는 명목 하에 친구들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뻔한 드라마를 투덜거리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고 마는 이유는 그 뻔한 캐릭터나 스토리가 가 진 얕은 재미에 있다. 이 책에도 그런 뻔함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뻔한 캐릭터들과 설정 사이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있다. 난 종종 학창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런데 졸업 후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떠올라 날 웃음 짓게 만드는 추억들의 대부분은 의외로 내가 그 당시 친구들과 저지른 가장 의미 없고 멍청한 사건들 중에 있었다. 그때는 그것들이 나의 가장 훌륭했던 전교등수(이미 잊은 지 오래다..)나 선방했던 수능점수(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남아 날 기쁘게 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내가 학창시절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소중히 했을 것들에 대해 이 책이 얘기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아직 행렬 가운데 서 있는 사촌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