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마음의 도서이야기

간신과 충신의 구별 방법은? : 난세에 간신 춤춘다를 읽고


지난 번에 제가 작성한 한국사에 대표적인 간신들의 이야기에서 예고한 것과 같이 이번 시간에는 『난세에 간신 춤춘다』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렸듯이 간신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정의하는 '奸臣'은 어떤 이를 칭하고 싶으신가요? 『난세에 간신 춤춘다』의 저자는 다음 4가지로 간신들을 분류했습니다.

1. '왕의 남자', 측근이 나라를 망친다.
2. '실세 간신', 권세에 취해 왕권까지 넘본다.
3. 역사의 승자가 그들을 간신으로 몰았다.
4. 모든 기준은 '대세', 부귀영화만이 길이다.

하지만 필자는 위 분류로는 명확히 '奸臣'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대에 따라 또는 권력자에 따라 '奸臣'이 '忠臣'이 될 수도 있고, '忠臣'이 '奸臣'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1]. 사실 어느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지기도 하죠.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조선시대 신숙주(申叔舟, 관련링크)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신숙주는 '忠臣'일까요? '奸臣'일까요? 신숙주란 인물은 단종(端宗, 관련링크 )임금에게는 '奸臣'이었을 것이고, 세조(世祖, 관련링크)에게는 가장 충직한 신하 중 한명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세조가 왕위 찬탈에 실패했다면, 신숙주는 '奸臣' 뿐만 아니라, '逆臣'으로 평생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겠지요[2].

하지만 신숙주를 '奸臣'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신숙주가 역사의 승리자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역사의 승리자로 기억되는 사람들도 후세에 '奸臣'으로 기억되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에, 이 논리는 뭔가 좀 부족해 보입니다. 반면에 신숙주와 같이 가담한 한명회(韓明澮, 관련링크)는 '奸臣'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신숙주와 한명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또 다른 인물에 대해 논해 볼까요? 조선 세종(世宗, 관련링크) 시기의 인물인 조말생(趙末生, 관련링크)입니다. 조말생은 능력이 굉장히 출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혹자는 문무를 겸비한 조선 최고의 엘리트라고 말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상상을 초월 할 정도의 많은 액수의 장죄(贓罪)를 지었는데, 교형(絞刑)을 10번정도 시행할만큼 엄청난 액수였습니다[3][4]. 조말생은 교형을 10번이나 받을만큼 엄청난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奸臣'으로 기억되지 않습니다[5]. 이는 또 어떤 이유일까요? 당시 권력자인 세종이 보호를 해줬기에 가능한 것일까요?

필자는 세종이 정말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예에서 조말생은 엄청난 양의 뇌물 수수로 인해 백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적으로 보자면 그는 '奸臣'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조선 초기와 같이 인재가 부족했던 시절에 만약 조말생과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백성들이 더 큰 고통을 받지 않았을까요?

많은 이들이 세종의 판단에 의문부호를 달 것입니다. 왜! 엄청난 뇌물을 수수한 자를 용서하는 것일까? 이 사건에 대해 『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의 저자인 서정민 작가님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했습니다.

"세종은 단지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때를 보아 법 적용을 유연하게 했을 뿐이다. 조말생의 경우에도, 세종은 그의 능력은 샀지만 죄는 명백히 하여 후에 유사한 사례가 있을 때 참고하도록 했다. 실제로 조말생 뇌물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축적된 논의는 이후 100여 년간 장오죄의 처벌, 장오범과 그 자손의 인사 문제 등에 있어서 리딩케이스로 작용하였다. 그렇다면 세종은 누구인가? 법조인의 눈으로 본 세종은 법치주의를 견지하되 중도를 따르는 인물, 즉 실리적 법치주의자이다. "

필자가 생각하기에 역사에 '奸臣'들로 기억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들의 행보 안에 '백성에 대한 애민하는 마음'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라고 정리해 봤습니다. 즉, 자신의 안위(安危)와 부귀영화보다 백성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헌신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로 정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전적인 의미로 신하(臣下)는 임금을 섬기어 벼슬하는 사람[관련링크]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奸臣'을 백성과 연관짓는 것은 이치에 알맞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벼슬을 한다는 것은 정치(政治)를 한다는 것이니 연관짓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라는 것은 백성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니까요.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난세에 간신 춤춘다』의 에필로그인 간신이란 무엇인가? 를 읽어보시면 '奸臣'에 대해 정리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필자는 위와 같이 정리를 해봤는데, 사실 논리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法)이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못하듯이, 어떤 행동에 대한 원리(原理)와 원칙(原則)을 올바르게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국민'이기에 그들이 '애민'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면 후세에 '奸臣'으로 기억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만약 타 세력에 의해 '奸臣'으로 기억되더라도, 향후 복권(復權)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주석 및 관련정보


[1]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습니다. 이런 이가 진정한 '奸臣'이겠지요. 대표적인 인물로 '윤원형'이 있겠네요.
[2] 물론 왕위 찬탈 과정에 개입하여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3] 장죄(贓罪)는 지금의 '뇌물 수수' 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4] 교형(絞刑)은 지금의 '사형 선고' 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5] 실록에 따르면, 장죄로 인해 국무대신에 등록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서이력


[Rev 01] 문서 초안 작성 및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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