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집 하나만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겠다고 종종 말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필수요소인 의식주에서 ‘주’가 불안정한 사람의 끝나지 않는 고민거리 집.먹는 것, 입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만큼 조건과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주거지는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한 인간의 삶을 볼 수 있다. 건축사인 저자는 자신이 거쳐 온 아홉 가지 집에 대한 소회를 나누면서 집에 대한 기능적 측면과 정서, 추억을 나눈다.응답하라 1988이 생각나는 주택부터 쉐어하우스,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대부분의 청춘이 겪는 원룸,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기면서 변할 수 밖에 없는 삶의 터전 등 다양한 집의 형태와 그에 따른 생활을 보며 언젠가부터 사라진 베란다나 문간방의 역할, 필로티 구조를 이해하고 공감했다.도시에서 거주하는 집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교외에 있는 마당을 품은 주택을 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잠만 자는 장소와 휴식을 취하는 곳이 분리되어있던 내게 보다 깊이 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글이다. 크기과 관계 없이 나의 삶과 생활이 묻어나는 공간을 어떻게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똑같은 크기과 구조로 만들어진 공동주택이지만 사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취하고 그런 일상이 풍수와 운이라는 이름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냉장고 속에 주인의 성향과 습관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함부로 타인의 냉장고를 여는 것은 매우 실례라는 문장을 보고 그 확장판이 집이 아닐까 생각했다.한국 주거 공간의 역사와 함께 개인의 삶을 볼 수 있었던 문이과 통합형 글이라 정보와 정서가 동시에 와 닿았다. 책에 종종 등장하는 현대적 주거공간의 창시자 르코르뷔지에와 김중업의 전시 예약을 해 놓았는데 기대된다. 르코르뷔지에도 말년에 5평 남짓의 공간에 머물렀다고 한다. 거거익선이지만 크기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 공간을 나답게 다스리고 살아야겠다.*아무것도 없기에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한국의 마당이다.*집이란 정말이지 사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어떤 이름이 붙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식생활과 습관에 의한, 철저하게 개인적인 선택과 취향에 의해 채워지는 물건들. 그래서 우리가 매일 여닫는 냉장고의 안쪽은 가장 친숙하면서도 은밀한, 집의 마지막 보루 같은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