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의 약속
이진휘 지음 / 인티N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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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쓰러진 연인을 10년간 돌보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보고 울지 않을 재간이 없어서 책을 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슬프고 속이 상할지 안봐도 알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대신 사랑이 주는 따뜻함, 희망의 온기, 용기와 마음을 느꼈다. 이 연인이 이렇게 견딜 수 있는 까닭은 쓰러지기 전에 생각과 삶을 공유했던 시간과 추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40여개의 나라를 여행했던 수경씨의 경험과 내공이 그녀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을 것이고 그녀를 사랑한 그는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음을 알면서도 굳건하게 견디고 있다. 일상이 부서지고 지난한 간병 이야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만나도 사랑하게 되었는지가 나오는 2부가 인상적이었다. 마침 스리랑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더 깊이 와 닿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 때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고 있는 이 연인에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응원을 보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책 표지에 실린 벨라와 평생을 함께 했던 샤갈이 그린 자신들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긴 밤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수경씨과 진휘씨의 이야기가 더 아름답게 와 닿았다. 얼마나 많이 울고 좌절했을지, 매 순간이 고비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갈피에 있는 뭉크의 키스를 보고 위안을 얻었다. 그저 슬프고 애처로운 사랑이 아니었다. 단단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진정한 사랑이다.

*대부분의 치료가 근육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난 무엇보다 그녀가 언어를 되찾기를 바랐다…. 그만큼 위태로워져만 가는 우리의 관계를 다시 붙잡아둘 최소한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길 바랐다.

*그녀의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에 매료됐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성과 합리의 세상에서 살던 나로서는 늘 몽상에 가까운 수경의 현실 도피적인 삶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랑은 말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심과 행동으로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매번 그리도 가볍게 소비되고 마는 ‘사랑’이란 말을 자주 써왔지만, 그 단어는 말로 표현될 때보다 행동으로 전달될 때 몇백 배 강력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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