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목 한 골목 산책의 시간을 연장하는 키키와 걷다 보면 고민이 흐려지기도 하고, 일하면서 막혔던 부분이 반짝거리며 풀리기도 합니다. 가볍게 걸으며 나를 내버려두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걸, 단순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키키를 바라보면서 느낍니다. 무엇보다 키키와의 산책은 우리가 마주 보고 조용히 그리고 시끄럽게 오랜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 P125

작은 선물은 네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풍선이야 - P139

주변에 소중하고 친한 사람 몇 명만 두어도, 1년간 선물을 고르며 지내게 됩니다. 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일렁이는 설렘을,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활기찬 기운을, 가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잔잔한 마음을, 겨울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따뜻한 온도를 선사하고 싶어집니다. 가끔씩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생일과 다른 계절의 물건을 골라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 해가 되면 결국 계절에 맞는 선물을 고르게 됩니다. 계절에 맞춰서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느지막이 듭니다. 일단 지금을 잘 보내자, 하루씩, 한 계절씩 잘 살자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 P140

봄에 태어난 저는, 봄만 되면 갖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얼마 전 "진아, 뭐 갖고 싶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왠지 부끄러워서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너 갖고 싶은 거 뭔지 알아. 시간이지?" 하며 저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부쩍 바빠져 마감과 마감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제게 가장 필요한 건 여유라는걸 친구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 말에 깔깔깔 웃으면서 시간을 줄 수 있으면 달라고 팔짱을 꽉 꼈습니다. 이 순간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서, 그간 바빠서 정신없이 구겨진 마음이 약간 퍼졌습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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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진짜 가을의 온도일까?

낮에도 밤에도 좋은 기분이 가을만의 온도겠지.

낮에는 볕을 마냥 바라볼 수 있고, 밤에는 이불을 꼬옥 껴안게 돼 - P95

천천히 걷는 일은 과거와 미래의 나를 잠시 만나고 오는 일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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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탕이 되는 기분을 매일 평평하게 유지하는 일.

평소와 다름없다는 것에 안심한다는 건,

지금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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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럼 시간을 물처럼 쓴다는 건 결국..…
나도 모르게 흘러간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네.
물도 시간도 아껴 쓰고 싶어..…

내가 제일 물 쓰듯이 쓰고 싶은 건 뭘까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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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에는 저자가 한밤에 깨어나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그는 고통을 당하고만 있는, 주체성을 상실한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주체가 된다. 그리고 ‘시‘를 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향유한 순간을 역사에 기입하는 것이다. 자신이 다시 고통의 격량으로 빨려들어가더라도 그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음, 그 힘을 가진 주체였음을 기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를 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있다. - P287

『아픈 몸을 살다』의 저자는 고통을 겪는 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자기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그러나 남에게 나눌 이야기이기에 고통을 겪는 이로하여금 좀더 신중하게 하는 이야기 말이다. 프리모 레비 또한 같은 말을 한다. 울부짖는 것이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라고 말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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