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길목에 흘리고 간 기억의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아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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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섬을 나가래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환자들입니다. 이자들은 병을 얻어 바깥세상으로부터 이 섬으로쫓겨 들어왔고, 섬으로 들어온 다음에도 그 바깥세상에 대한 원망과두려움을 끝없이 길러온 그런 환자들이란 말씀입니다. 하지만 모험을 겪으며 섬을 빠져나가려는 친구들은 이미 그런 환자는 아닙니다.
그들은 환자이기 이전에 인간인 거지요. 환자로서의 생존 양식과 일반의 그것을 구별짓기에 지쳐버린, 그래서 환자로서의 자신의 특수한 처지를 벗어버리고 보다 깊은 생존의 충동에 따라 인간으로서 섬을 나가고자 한 사람들이 이들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 환자와 환자 아닌 사람들이 실상은 같은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이섬에 삶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자로서의 남다른 처지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들을 두 겹으로 동시에 살아나가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로선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이 사람들의 행동의 모순은 바로 거기서부터 연유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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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인색함 때문에 경험했던 불안감과 쓰라린 근심들에 대한 기억으로 나는 젊은이들을 관대하게 봐주는 습성이 생겼다. 그것은 낭떠러지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가장자리에서 그 깊이를 헤아려 본 자들이 지닌 거룩한 관대함이다. 삶이 갈라지면서 그 바닥의 메마른 자갈이 엿보이는 순간에 나의 정직함이 위기를 극복하고 강화되었지만, 인간의 매정한 정의가 사람의 목에 창을 들이댈 때마다 생각했다. 형법은 불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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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육체는 어렸지만 사고는 노숙했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색을 하였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인생 협로의 난관들과 들판의 모랫길을 엿볼 즈음에 이미 형이상학적인 안목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나는 처음으로 마음이 설레고, 쾌락에 눈뜨고, 모든 것이 맛있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연령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학업으로 연장된 사춘기와 뒤늦게 피어나는 남성다움의 중간에 있었다. 어떤 젊은이도 나만큼 만물을 느끼고, 사랑할 준비를 갖추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은 거짓말을 모르고, 욕망을 억제하는 수줍음의 무게로 눈꺼풀이 내려앉아 가려진 눈빛은 솔직하고, 세상의 위선에 물들지 않고, 가슴속에서 두려움과 용기가 서로 힘을 겨루는 꽃다운 시절로 되돌아가야 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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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과 전지가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신성(神性)은 완전할 수 없다. 전능은 전지를 통해, 전지는 전능을 통해 서로를 보완하며 완전성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에서는 신성의 기본적인 속성인 전능과 전지가 서로 대립하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제우스가 대변하는 전능과 프로메테우스가 대변하는 전지는 서로 분리된 상태에서 완전한 성취에 이를 수가 없다. "전능은 전지없이는 그 자체를 파멸시키고, 전지는 전능 없이는 고통을 당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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