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문학 2026.하반기 - 제52권 2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6년 7월
평점 :
- 표지를 넘기면 이번 호가 어디에 무게를 두었는지 목차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소설 특집의 자리에 손홍규, 신작시 특집의 자리에 손택수. 두 사람 다 등단한 지 오래된, 문단의 "중견"이라 불릴 나이의 작가들이다. 그 사이사이에 길란, 장은진, 전아리의 단편이 놓이고, 김종연·김행숙·성유림·이문재·임유영의 시가 이어진다.
- 손택수 작가님의 시는 옛날부터 좋아해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 특집 · 손홍규 — "거주"라는 화두>
- 손홍규의 신작소설과 이지연의 작가론이 한 벌로 묶였다. 이지연의 글 제목이 손홍규론에 "거주하는 자의 슬픔"이라는 표현을 앞세운 것을 보면, 이번 특집은 손홍규라는 작가를 "어딘가에 산다는 것"의 문제를 오래 붙들어온 소설가로 다시 읽자는 제안처럼 보인다. 등단 이래 그의 소설이 자주 향해온 자리 — 뿌리내리지 못한 자들, 국경과 마을 사이의 존재들 — 를 떠올리면 이 프레이밍은 낯설지 않다.
<손택수의 시>
손택수 특집은 신작시 다섯 편과 박상현의 시세계 비평이 함께 실렸다. 시 자체의 구절을 여기서 옮기지는 않겠지만 — 저작권상으로도, 그리고 시는 발췌되는 순간 다른 것이 되어버리는 장르이기도 하니까 — 표제작의 제목이 식물의 이름과 필기구를 나란히 놓은 조합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번 신작이 자연물과 글쓰기 행위 사이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고 있으리라는 정도는 헤아려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획은 아마 정과리·박혜진·오경진 세 평론가가 나눈 좌담, "2020년대 '텍스트 힙' 현상과 K-문학 열망의 현주소"일 것이다. 정과리는 1970년대 말 등단한 원로 평론가이고, 박혜진과 오경진은 2010~2020년대에 등단한 상대적으로 젊은 평론가다.
* 박혜진 평론가의 글은 이전에 몇 번 읽어보았고, 오경진 평론가의 글은 처음이다.
세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최근 몇 년간 회자된 "텍스트 힙" — 책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자 정체성 표현이 된 현상 — 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균형을 의식한 기획이다.
이 현상은 실제로 한국 출판계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해진 흐름과 맞닿아 있다. 책을 소품처럼 들고 다니거나 독서 모임이 취향 공동체로 기능하는 풍경, 그리고 한국문학이 번역을 통해 해외 독자층을 얻으며 "K-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흐름이 같은 시기에 겹쳐 일어났다. 좌담이 이 두 현상 — 국내의 "텍스트 힙"과 해외의 "K-문학 열망" — 을 나란히 놓고 질문하는 것은, 지금 한국문학이 안팎에서 동시에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이 잡지 스스로 감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세 사람의 논의가 이 현상을 축하하는 쪽으로 흐르는지, 경계하는 쪽으로 흐르는지는 본문 전체를 더 읽어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