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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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해연의 『내가 죽였다』는 제목부터 역설이다. "내가 죽였다" 는 말은 통상적으로 사건의 종결을 의미한다. 범인이 자백하면 사건은 끝난다. 그러나 정해연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자백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되고, 자백한 당사자는 그날 밤 살해당한다. 진실을 말하려 한 자가 죽임을 당하는 이 아이러니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긴장이며, 독자는 첫 장면부터 이 역설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2.

주인공 김무일은 전형적인 영웅과 거리가 멀다. 그는 저작권 기획 소송으로 돈을 버는 변호사로, 상대가 고등학생이어도 합의금을 뜯어낼 수 있다면 소송을 마다하지 않는다. 동료들에게 '변쓰(변호사 쓰레기)'라 불리는 그는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남의 입으로 들으니 기분이 나쁘다." 이 문장은 무일이라는 인물의 핵심을 압축한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 모르는 척하거나 합리화하지 않는다. 이 냉정한 자기인식이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그에게 묘한 호감을 갖게 만든다.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아닌 이 회색지대의 인물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은 소설의 또 다른 서사적 축이 된다. "남의 상처를 끌어내려면, 적어도 그 상처가 나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각오 위에서만 가능하다." 돈만 보던 변호사가 타인의 상처를 마주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에서, 독자는 무일이 단순한 속물이 아님을 직감한다. 정해연은 인물의 변화를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이 소설의 인물 묘사가 끝까지 설득력을 잃지 않는 이유다.

3.

소설의 또 다른 강점은 두 주인공의 관계다. 돈이 최고인 속물 변호사 무일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형사 여주는 가치관부터 충돌한다. 그러나 정해연은 이 충돌을 단순한 갈등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권순향이 옥상에서 투신하는 순간, 무일은 반사적으로 여주를 향해 달리며 소리친다. "신여주!" 이 짧은 외침 하나에 두 사람의 관계가 압축된다. 위기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상대를 걱정하는 이 장면은, 티격태격하는 겉모습 아래 형성된 신뢰의 싹을 설명 없이 드러낸다.


4.

표면은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그 심층에는 묵직한 질문이 흐른다. 진실을 말하려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세계에서, 진실은 누가 지키는가. 권순향은 7년을 침묵하다 자백을 결심했지만 그 순간 살해당한다. 진실은 말해지기도 전에 묻힐 뻔했다. 이 구조는 현실에서 내부고발자와 피해자의 증언이 은폐되는 방식과 자연스럽게 겹쳐 읽힌다. 그리고 그 진실을 끝내 추적하는 것이 완벽한 영웅이 아닌, 결함 많은 속물 변호사와 앞뒤 없는 형사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정해연은 말하는 것 같다. 진실을 지키는 것은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그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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