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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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존재의 모든 것을(存在のすべてを)> - 시오타 타케시 / 출판사 제공 도서


지루한 일상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려고 다짐한 게 벌써 몇 번인지.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지만 번거롭게도 그 고통은 희미한 쾌감을 동반했다.

그 사춘기의 번뇌는 항상 액자에 담긴 계단 스케치로 귀결된다.

결국 리호는 료의 재능에 반한 것이다.

벚꽃이 날리는 계절이 오고 가끔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걸로 만족할 수 없던 리호는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는 '1인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존재의 모든 것을>, 174쪽


예술원 회원은 가만히 있어도 연간 250만엔의 종신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그것보다 명예가 모든 것을 말한다. 금박이 붙어 그림값이 오르는 것은 물론 아마치의 경우는 '민전'에서 발언권이 더욱 강해져 각족 상을 선발하는 심사위원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당근이 눈앞에서 달랑거리면 이성 따위 날아가버린다.

예술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선발하려는 지금, 작품론이나 창작론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누구에게 얼마를 돌릴 것인가' 같은 이해타산과 김칫국 마시기만 쌓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예술은 없다.......

지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존재의 모든 것을>, 378쪽


[서평]

-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일본 추리 소설. 인터넷 서점의 줄거리 소개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

- 크게 3가지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과거1 : 유괴 사건의 발생 / 과거2 : 학창시절의 료 - 리호 시점 / 현재 : 몬덴의 사건 추적

- "존재의 모든 것을"을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존재' 란 어떤 것을 담고 있을까? '모듯 것을...' 이라고 끝마쳐지지 않은 문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 존재란? 료가 그리는 정물화, 몬덴이 쫒고 있는 사건의 실체, 다카히코가 끊임없이 탐구했던 예술(미술)의 의미, 혹은 각 인물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집착, 사랑, 애증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이 책은 료의 행방물명과 3년만의 복귀 사건을 주제로 하지만, 정작 료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주로 주변인물에 대한 인터뷰와 관찰, 회상 등을 통해 이야기 진행된다. 그런데도, 나는 료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친부모에게 학대받고, 조부모님에게는 사랑을 받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하는 료. 3년 동안 납치되어 행방불명되었다가 돌아왔는데 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등대에서 계단을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모습, 창문 밖 풍경을 조용히 내다보는 모습.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위치와 예민한 감각/감정을 오롯이 정물화에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 사실, 추리 소설에서 로맨스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료와 리호의 풋풋하고 약간 불안함이 섞인 이야기는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너무 어둡게 하지 않고, 료의 내면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내는 도구로서 잘 삽입된 것 같다. 아마 료와 리호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 부분들을 몬덴의 조사나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설명해야 했는데, 그런 걸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리호의 시점에서 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서술 부분/방식이다.

- 시오타 다케시라는 일본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이다. 언뜻 단조롭게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듯 하지만, 점차 사건을 진행시키고, 어느 순간 생각지못한 부분의 매듭을 풀어내는 스타일이 여느 일본 추리 소설에서 많이 본 듯 하면서도, 폭 넓은 시간과 장소를 다루는 능력이 제법 뛰어나다.

- 우리나라에 작품이 많이 번역되지 않은 것인지, 작품을 많은 쓴 작가가 아닌 지 모르겠는데 이 책 말고는 품절 상태인 <죄의 목소리> 밖에 없다니.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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