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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ㅣ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창비 세계문학전집만의 독특한 매력, 바로 러시아어 표기! 꼬민쩨른, 노멘끌라뚜라, 라브렌찌 빠블로비치 등등.......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기준에 따른 익숙한 표기법이 아닌 원어 발음에 충실한 이런 표기법은 낯설면서도 원서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꼬민쩨른이 코뮌테른 이라는 것을 한참 동안 떠올리지 못하다가 주석보고 생각났지만.......ㅋㅋㅋㅋ
자하로프는 사단 참모장의 말을 끝까지 들은 뒤 입을 열었다.
"추이꼬프에게, 만일 살아 있다면 그에게 전하게......."
이어지는 긴 침묵에 교환원이 조심스레 장군을 쳐다보았다. 자하로프는 두 눈에 손수건을 댄 채 서 있었다.
이날 밤, 총 마흔명의 참모부 지휘관이 부서진 벙커들 속에서 불타 죽었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중요하고, 유명한 전투 중 하나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당시 역사적인 배경 설명들이 잘 되어 있는 책이다.
뚜하쳅스끼, 블류헤르, 예고로프, 레반돕스끼, 스끌랸스끼, 운실리흐뜨 등등.......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붉은 군대의 여러 군인과 정치인 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다양한 지역들의 이름들이 등장해서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특히 러시아 문학을 잘 접하지 않아서 폭포처럼 쏟아져나오는 러시아시 이름과 농담들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작가가 얼마나 당시의 사회 모습과 전쟁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세밀한 묘사를 하고자 했는지 느낄 수 있엇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들의 사랑이 푸른 하늘 아래 포도덩굴 사이에서 생겨났기 때문이 아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나 반복되다. 구운 대구 냄새가 밴 숨 막히는 지하실에서도, 강제수용소의 벙커 안에서도, 지역 회계실의 주판 튕기는 소리 너머에서도, 방직공장의 먼지 구덩이 속에서도.
그리고 이 사랑 이야기는 다시 폐허 한가운데, 독일군의 급강하 폭격기 아래서, 사람들이 땀투성이의 더러운 몸을 꿀이 아니라 썩은 감자와 오래된 보일러 물로 부양하는 곳에서, 사색을 부르는 고요함은 어디에도 없고 부서진 돌덩어리와 굉음과 썩은 냄새만이 있는 곳에서 피어난다.
러시아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