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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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페미니스트로 활동했던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었다

원고지로 80장 정도의 짧은 단편이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문학 비평가들에 의해 재평가된 이후 페미니즘 여성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의 소설은 처음이라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줄거리는 신경쇠약에 걸린 여자의 남편이 그녀를 별장에 데리고 가서 지내게 되는데, 의사인 남편의 처방은 집에서 잘 먹고 푹 쉬라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서도, 일을 해서도 안되며 글을 쓰는 등의 생산적인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지내면서 점점 기이한 무늬의 벽지가 공포로 다가오게 되고 그런 벽지에 페인트칠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공포를 무시한다.

남편의 무심함과 시누이의 감시, 감금에 가까운 무료한 상황에서 그녀는 점점 더 벽지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벽지 무늬 안에서 한 여자가 쇠창살을 붙들고 흔드는 모습을 보게 된 후의 그녀의 광기가 살아나게 된다

처음에는 "이건 무슨 내용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더 그녀의 환영에 집중하게 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기이하지만 폭발 직전의 그녀의 삶이 느껴진다고 할까?

결국 누런 벽지를 다 뜯고 답답한 벽지 속에 그려진 창살을 뚫고 나온 여인이 되어 기절한 남편 위를 네 발로 기어 다니 다니는 마지막 장면은 마침내 그녀를 짓누르고 있던 것들에게서 탈출하게 되었고 자유를 쟁취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자그마한 방에서 누렇게 변해버린 벽지 속에 갇혀있던 기괴한 여인이 그 당시 현실 속의 여성들의 갑갑한 삶이었고, 그 울타리에서의 탈출은 남편을 기절시킬 정도의 일이라는 것이다!

작가가 페미니스트로 활동했던 19세기에서 20세기 초의 미국에서도 여자는 집과 남편에 종속되어야 하며, 생산적인 일들은 남자들의 몫이고, 그런 생활에서 얻게 된 신경 쇠약의 치료법은 새장같은 집 안에서 편히 쉬고 더욱 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고 생산적인 활동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니 지금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누런 벽지들을 찢어 왔을지 새삼 감사하기도 하다

아직도 벽지에 갇힌 여성들이 전세계 곳곳에 있지만 언젠가 그들의 삶에서 누런 벽지가 걷혀질 날이 오길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았으며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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