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소녀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8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 소설의 문법에 익숙지 않아서인지 이 작품을 읽고 처음에는 약간 갸우뚱하기도 했었다. 뭐 탐정이 이래!

 

역자 후기를 보자면 일본 미스터리에 가장 먼저 트릭 및 사건의 논리적 해결을 중시하는 이른바 '본격 미스터리'가 있었고, 80년대 후반에 그보다 새로운 '신본격'이 등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가는 신본격 중에서도 2세대. 모던이 뭔지도 모르면서 포스트모던을 알겠다고 덤빈 꼴이었다.

 

그래도 이어서 역자 후기를 보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본격'의 요소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마야 유타카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은 바로 '명탐정의 탄생'이었단다. '어릴 적부터 셜록 홈스나 긴다이지 고스케처럼 수수께끼를 화려하게 풀어내는 탐정을 동경'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명탐정이 되었는지에 항상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아하. 미스터리에는 전지전능한 멋진 탐정이 등장한다는 게 바로 '본격'이, 그리고 나 역시도 의심하지 않았던 전제조건이고, 마야 유타카는 그 지점을 비튼 거구나.

 

뭐 본격이든 신본격이든 2세대든 몰라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엿한 탐정으로 자립하기 이전의, 어찌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도(?) 할 수 있는 한 소녀의 면모를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게 이 책의 매력이라는 사실만 캐치할 수 있다면! 사건 못지않게 탐정의 이야기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는 어렸을 적 피아노 학원에서 돌려보던 <명탐정 코난>과 비슷한 것도 같다. 시종 할아버지의 명예밖에 외칠 줄 모르는 김전일보다 어려진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던 코난에게 더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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