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픽션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자기 인생 꼬는 건 결국 자기다.
몇 년 전, 인생이 꼬이고 꼬이고 또 꼬였다.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원망하고 또 원망해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길을 걷다가도 발을 탕탕 구르고 미친 여자처럼 먹을 것을 쌓아두고 폭식했다.

그러다 알았다. 결국 내가 그렇게 만든 거구나. 내 인생 꼰 건 나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시밭길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옆에 멀쩡한 길을 놔두고 그곳으로 들어선 건 나다. 누가 등도 떠밀지 않았다. 바짝 마른 짚더미를 안고 활활 타는 불 속으로 들어간 것도 나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서 가버릴 수 있었는데.

 

그래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나서서 꼬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어떤 길이 꽃길인지 이제 알고 있으니, 예쁜 길로만 조심조심 다니겠다.

 

요새 생각하는 건 좀 다르다.
그때로 돌아가도 결국 난 같은 선택을 하겠구나. 그게 나니까.
몇 번을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자기 인생 꼬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싶다.
결국 그 사람은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인 것이다.

 

제 발로 거지 같은 길로 들어서는 주인공 린을 보면서 이상하게 괴로웠던 이유도 동질감 때문이었을 거다. 린도 인생의 매 단계마다 처음에는 평탄하고 예뻐 보이는 길로 잘 걸어가려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다운 것을 선택하고 만다. 그렇게 생겨먹은 나도, 이런 문장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언제나 끝까지 소리 내지 않고, 끝의 끝까지 견디고 참아내고, 그러다가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버릴 때가 많다. 알고는 있어도 개선할 수가 없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 있다. (66)

 

나는 앞으로 점점 더 가망이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는 계속 가망이 없는 것만 쫓아갈 것이다. 가망이 없다. 그건 어리석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은 분명 아름답다. (154)

 

나는 내 상처에 스스로 손가락을 쑤셔넣는다. 손톱을 세우고 살을 할퀸다. 손톱을 박아넣고, 지방을 파헤치고,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양 빙글빙글 상처를 헤집는다. 아무것도 안 나와. 알고 있어. (265)


글쎄, 그후로 지금까지는 삶이 크게 출렁일 만한 큰 위기가 없어서 비교적 평탄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또 그런 미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어느 길로 들어설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때마다 <오토픽션>을 읽고 동질감을, 슬픔을, 아픔을, 동시에 묘한 쾌감을 느끼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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