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김도미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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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든든한 지지자가 있어도 혼자 겪어야 하는 일이 반드시 있다. 사건을 회고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보호자는 병자의 고통을 볼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 상상된 고통은 죄책감으로 변한다. 병자는 보호자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보호자는 아픈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 - P303

평화를 깨뜨린 원인이 질병이고 병자라는 점에서 병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기 어렵다. 긍정의 힘을 확인하고 생존의 기쁨을 나누는 함박웃음의 뒤편에서, 의미 있게 공유되지 못한 시간은 뚜껑 덮인 맨홀처럼 덩그러니 남는다. 그것이 생존 후에 병자를 찾아오는 고통인지도 모른다. - P303

이제 와 문득 돌아보니 삶 자체가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고는 정말 아무런 전조 없이 찾아온다. 질병의 인구학적 특성이라든가, 그것의 사회적인 원인을 제외하면 병자가 되는 것도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는 통계일 뿐 치료에 따르는 후유증과 예후 중에서 나의 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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