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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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의 어린 환자들이 압도적인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모습들을 목격했다.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 모습에 절망했다. 그러나 나는 과학자이자 의사로서 그 절망을 딛고 일어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 P20

이를 알아내려면 엄청난 노력을 쏟아야 했다. 내 인생의 몇 달이 섬광처러머 지나갔다. 오로지 펍메드PubMed와 그래놀라 바와 눈의 피로만으로 채워진 시간들이었다. - P47

우리 대부분은 과거에 일어났던 슬프고 마음 아픈 일들은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트라우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정말로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죄인이든 성자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끈질기게 이어지는 생물학적 결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우리와 우편번호가 다른 지역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여기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한 것이다. - P95

유전자와 환경이 서로 무관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우리가 갖고 태어난 특정한 유전자 암호들이 우리의 생물학적 특징들과 건강을 결정하며, 우리가 하는 경험들은 성격이나 가치관처럼 더 바꾸기 쉬운 것들을 형성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유전자와 환경을 각자 별개의 모퉁이에 밀어넣은 결과, 본성과 양육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오랜 논쟁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였지만, 과학이 점점 발달하면서 논쟁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그 둘을 분리할 수 없음을 꽤 확정적으로 말한다. 사실 우리는 환경과 유전자 암호 모두가 생명활동과 행동 모두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전자와 환경이 얼마나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생각해보면, 본성 대 양육 논쟁이 명백한 승자 없이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것도 놀랍지 않다. - P165

내가 억척스러운 과학자보다 더 좋아하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억척스러운 여성 과학자다. - P172

지난 몇 달간 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적절치 않은 상황에서도 수차례 여러 사람들에게 꿋꿋이 이 이야기를 해온 덕에 내 주장은 가장 설득력 있는 형태로 다듬어져 있었다. - P183

병워협의회에서 마저리를 만난 그날 이후로, 나는 강연이나 발표를 마치고 나면 테이블 위를 치우거나 음향 장비를 정리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반드시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전문가들이 내 발표에 얼마나 호응했는지와는 별개로, 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 P191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그것이 건강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임상 프로토콜이 아직 우리에게 없다면, 이제는 그걸 만들어야 할 때였다. - P191

임상의로 수년간 일한 뒤 리버먼 박사는 아이들이 자기가 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지어내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며, 명확한 설명이 없을 때는 스스로 설명을 만들어낸다. 아동기의 발달단계에 걸맞은 자기중심주의와 트라우마가 만날 때 어린아이들은 종종 자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빠진다. - P196

다학제 순회를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이 관행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는 에너지들을 여러 곳에 분산하거나 혼자 여러 역할을 수행할 필요 없이 내 소임을 더 잘해낼 수 있게 되었다. 진료를 하다가 환자들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어려운 상황들이 아이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문제를 누군가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내가 사회복지사가 되거나 심리치료사가 될 필요는 없었다. 윌리엄스와 클라크 박사에게 일을 넘기고 내가 진료실에서 하는 일과 그들의 일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하면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진료에 집중할 수 있어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사가 되었고, 아이들의 다른 필요들은 그 문제의 전문가들이 맡아서 처리했다. - P265

그러나 내 소임을 잘해내려면 그 모든 것을 다 파헤칠 수는 없었다. 그날 오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열두 명의 다른 아이들이 ACE 검사를 받으려면 이후의 일은 우리 팀에게 믿고 맡겨야 했다. 비식별 선별검사를 통해 나는 라일라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 유독성 스트레스 때문이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라일라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도록 하는 것뿐이었고, 그것도 매일 밤 자정까지 진료소에 남아 있지 않으면서도 다른 모든 아이에게도 믿음직하게 그 일을 해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고 쉽게 처리해야 했다. - P282

"너 괜찮아?" 오빠가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괜찮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전혀 안 괜찮았다. 내겐 도움이 필요했다.
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 순간,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이게 내 아이들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일을 해오며 수없이 목격한바, 내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결코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또한 우리 가족이 이 일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두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첫째는 아이들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보살핌과 사랑을 받는 것이었고, 둘째는 내가 든든한 지원과 보살핌을 얻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크나큰 차이를 만들었다.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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