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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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상 몇 가지 주의로 이혼은 내 본의가 아니요, 씨의 강청이었나이다. 나는 무저항적으로 양보한 것이니 천만 번 생각해도 우리 처지로 우리 인격을 통일치 못하고 우리 생활을 통일치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울러 바라는 바는 여든 노모의 여생을 편하게 하고, 네 아이의 양육을 중분히 주의해 주시고 나버지는 씨의 건강을 바라나이다. - P203

동기는 여하한 것이든지 훨씬 열어젖힌 세계는 이상히도 좋았고 더구나 무구속하고 엄숙하게 지켜 있는 마음에 어찌 자유스러운 감정을 가지지 않게 되겠는가. 나는 확실히 유혹을 받았고 나는 확실히 호기심을 가졌었다. 우리는 황무한[거친] 형극의 길가에서 생각지 않은 장미화를 발견한 것이었다. 방향와 밀봉 중에 황홀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는 여하하든지 나의 진보 과정상 감수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 P207

씨여 사상적 방황이란 그다지 못된 일이오니까? 방황해야만 할 때 방황치 말라는 것은 못된 일이 아니오니까? 그다지 조바심을 하여 걱정할 것이야 무엇 있으리까? 방황도 아니 하고 고정부터 하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화석의 그림자나 아닐까요? - P270

나는 꼭 믿는다. 내 <모 된 감상기>가 일부의 모 중에 공명할 자가 있는 줄 믿는다. 만일 이것을 부인하는 모가 있다 하면 불원간 그의 마음이 눈이 떠지는 동시에 불가피할 필연적 동감이 있을 줄 믿는다. 그리고 나는 꼭 있기를 바란다. 조금 있는 것보다 많이 있기를 바란다. 이런 경험이 있어야만 우리는 꼭 단단히 살아갈 길이 나설 줄 안다. 부디 있기를 바란다. - P271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나혜석이 말년에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여겼는지 아닌지 도무지 알 재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행복의 기미를 찾아 그를 변호하고 싶었던 나는 잠시 낙담했다가, 바로 이것이 핵심임을 깨달았다. 나혜석의 삶이 결국 어떠했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혜석밖에 없다는 것.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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