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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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거주한 지 두 달이 지나자 그리 자주 사전을 참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외출해도 사전은 가방 안에 그대로 처박혀 있었다. 결국 사전을 집에 두고 다니게 됐다. 그게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난 해방감을 맛본 동시에 상실감도 느꼈다. 적어도 조금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7

내 어휘는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늘어난다. 그렇게 단어들이 나타났다가 잠시 함께 있더니 종종 예고 없이 날 버리고 떠난다. - P48

나는 어려서부터 느꼈던 기쁨을 다시금 맛보았다. 누구도 읽지 않을 노트에 단어를 적어 넣는 기쁨 말이다. 나는 문장을 다듬지 않고 투박하게 이탈리아어로 글을 쓴다. 그리고 계속 불안한 상태다. 맹목적이지만 진실한 믿음과 함께 나 자신을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 P54

나를 자극한 것, 날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하게 하는 것, 간단히 말해 나를 반응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을 때 그걸 말로 표현해야 한다. 글쓰기는 삶을 흡수하고 정리하는 내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 못하면 난 당황하고 혼란에 빠진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 글쓰기의 용광로에서 변형되지 못한 채 다시 말해 순화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은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계속 지속되는 말들만이 실제인 듯하다. 실제 하는 말들은 우리보다 높은 가치, 힘이 있다. - P75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말에만 속했다. - P75

자신의 언어와 떨어져 살면 자신은 텅 비어버린 듯한데 몸은 무겁게 느껴진다. - P104

삼각형은 복잡한 구조이고, 역동적인 형태다. 세 번째 꼭짓점이 다투기만 하던 오랜 짝인 벵골어와 영어의 역학 관계를 바꾸었다. 나는 싸워대던 그 불행한 커플의 산물이었지만 세 번째 꼭짓점은 그 관계에서 생겨나지 않았다. 세 번째 꼭짓점은 내 갈망, 내 노력에서 생겨났다. 오롯이 나로부터 비롯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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