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리더 - 젊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임유진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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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 궁극적으로는 제대로 살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것이 '노력과 연습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더더욱'. 기꺼이 노력하고 연습하겠다는 그 희망 섞인 다짐 앞에서 나도 마음을 단정히 하게 되었던 시간.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재미가 없다,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이 일어나길 원했지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작품선정의 실패라기보다 대화의 실패다. (72)

스스로가 누구/무엇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아내고, 적이 아닌 사람을 착각해서 후려치진 마세요. 빌어먹을 진짜 권력에 저항하라는 것,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마추어 같은 실수는 꽤 저지르기 쉬운데요,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저도 항상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불길 속에 섰을 때, 사방에 그 불길을 번지게 하기 전에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꼭 멈춰서 잘 들으셔야 합니다. (76)

그러나 나는 상상한다. 방 안에 앉아, 아버지를 잃은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을 작가의 어떤 시간을. 9 ㆍ11이라는 무참한 사건과 비통함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개입으로서 글을 쓴 작가의 마음을.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사람들에게 그가 건넬 수 있는 위로의 방식으로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하며 말들을 다듬었을 작가의 그 긴 시간을. 자신의 그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장들은 그냥 글일 뿐일지 모른다며 좌절하기도 했을 작가의 마음을. 그러나 그렇더라도 상심한 사람들에게 무엇이라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작가의 다짐을. (95-96)

그러나 이것은—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애쓰는 것—우리가 단순히 누군가에게 베풀고 줘버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죽음에 대한 대가로 ‘얻는‘ 것이다. (120)

˝Doing what you love means dealing with things you don‘t.˝—소녀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우리 삶을, 우리의 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을 매순간 좋아하기만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싫은 순간, 그만하고 싶은 순간은 당연한 조건이다. 이 악 무는 괴로움과 고통스러움은 피해야 할 것도 어디 처박아 두어야 할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어떤 면에서 모두가 직면하는 삶의 조건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조금 안심하게도 더더욱 괴롭게도 한다. (144)

팝콘과 버터구이 오징어를 씹으며 콜라를 들이켜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 영화 30초, 1분에서 연출자가 담고자 했던 것을 보지 않으면(혹은 거기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바로 내 앞에 앉아 재잘대는 친구의 말 역시 들을 수가 없게 된다는 말이다. 부모님이 홀리듯 던진 말의 뉘앙스, 그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 버린 ‘할말있음‘과 ‘여운‘을 결코 볼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작가가 공들여 묘사해 둔 방의 생김새나 역사의 맥락을, 길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읽지 않고 넘기거나 혹은 거기서 멈춰 버린다면, 우리는 점점 눈이 있으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149-150)

잘 읽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의미를 살짝 숨겨 놓았다면, 애써 찾아내고도 싶다. 노력과 연습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하고 싶다.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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