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 새로고침 - 대한민국 일하는 여성들이 함께 나눈 여섯 번의 이야기
곽정은 외 지음, 협동조합 롤링다이스 / 닐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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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아주아주 좋았다는 전제하에,

어떤 대목은 벌써 약간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2년 가까운 시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첫 일터에서는 여성임을 부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출발했다가 결국 여성임을 자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직장 생활을 끝낸 셈입니다. (79)

남자들은 직장에서 화 잘 내잖아요? 직장에서 우는 건 나쁘고 화내는 건 괜찮습니까? 화내는 것도 나쁘죠. 그런데 직장에서 과도하게 화내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여성들이 우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제가 지금 직장에 와서 달라진 면모예요. 여성이 직장에서 우는 것을 예전엔 매우 싫어했는데, 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는 않지만(웃음) 그것 자체를 문제 삼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4)

만약 여자 선배 때문에 힘들다면 스스로 먼저 바뀌어도 될 것 같아요, 항상 ‘내가 가는 길이 첫 길이다’라고 생각하고 가시면 편해요. (138)

우리의, 나의 역경을 지나간 무용담으로 끝내는 대신 다음 사람에게는 더 좋은 걸 만들어 주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49)

일을 못하신다고 했는데, 일을 못하시지 않을 거예요. 그 내공을 쌓기 위해서 조금 힘들지만 겪어야 하는 과정들이 있습니다. 제가 1백만 원 받는다고 1백만 원어치만 일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작은 일을 크게 해보세요. 어느 순간 내공이 쌓여서 큰일을 하는 데도 고생은 작은 날이 올 겁니다. (152-53)

저는 이제 돌아가 원고를 보고 새벽 4시에 일어나야겠죠. 그럼에도 이 자리에 온 건, 저와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하셨거나 앞으로 직면하실 분들의 손을 잡고 싶어서였어요. 여러분, 엄청 힘들죠? 앞으로도 힘드실 거예요. (웃음) (153)

직장 생활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아끼려고 하기보다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산을 하고 해결할 건 과감하게 돈을 들여 해결해야지, 삶의 질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180)

저는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인간을 무너뜨린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제가 실패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실패가 저 같은 사람의 도전을 자극할 수 있다고 믿어요. 개인으로의 은수미는 힘없고 무력할지라도,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의 은수미는 그렇지 않다고 전 확신해요.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208)

여러분도 각자의 질문과 도전이 있을 텐데, 자유와 평등을 꿈꾸는 인류의 이름으로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질지언정, 우리는 이길 수 있거든요. 내가 얻는 것은 찰나, 아주 짤막한 순간의 기쁨만일 수 있고 혹은 그조차 누리지 못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전 생각해요. 저는 여러분이 날아오르시길 바라요. 여러분이 무너지기 전에 제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여러분이 포기하기 전에 제가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208)

지금 우리는 도대체 무엇과 무엇이 부딪치는 시대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걸까요? 무엇과 무엇이 부딪치고 있는 건지, 그 시대적 결은 무엇이고 거기서 내가 어떤 기여를 할 때 사람들이 날아오를 수 있는지, 그래서 20~30대가 모여서 "드디어 우리의 시대는 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이게 저의 고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09~210)

"자석이 되십시오. 여성에 초선, 비례 의원은 아직 쇳가루에 불과합니다. 아무도 붙으려고 안 해요. 지금 의원님 같은 사람은 누구에게 붙어도 상대가 싫어할 겁니다. 부담은 크지만 이익은 적거든요." 그러시더니, 스스로의 노력으로 중간 정도의 자석은 될 수 있다고, 그러면 그 자석에 붙는 쇠붙이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 붙는다는 거죠. 내가 어떤 자석인지가 중요하다고. 무엇을 상징하는지, 무슨 브랜드인지, 무슨 정체성인지, 그런 질문은 내가 자석만 되면 필요가 없는 거라고...... "다른 노하우는 없습니다" 하시더라고요. (213)

저도 저를 용서 못 했던 시기가 있어요. 그게 저한테는 커다란 질문이었던 때가 있었는데요, 제가 그 당시 가장 싫어했던 노래 제목이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였어요. 이런 사기가 어디 있나.(웃음) ‘아픈 만큼 무너지고’가 맞아요. 모두가 무너지는 꼴을 계속 보는 거예요. 나 자신까지 포함해서요. 다 무너지는 상황에서 누가 아프다고 그러잖아요? 그럼 "너만 아니라 나도 아파!" 이 소리가 절로 나와요. 그냥 무너지는 꼴만 보고 버티느라 이를 악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서른네 살 되었을 때, 갑자기 저를 용서하게 됐어요. ‘수미야, 너 참 약한 사람이야. 이 정도 버텼으면 됐지. 너도 너를 좀 예뻐해야지.’ 이렇게 제가 진심으로 저 자신을 사랑하게 됐을 때 타인을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당시 저는 처절한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요. (222)

제 소중한 여자 친구들은, 이름이 없어요. 공인으로서는 제가 거의 유일하고, 그래서 다들 신기해해요. 한동안은 서로 만나지도 않았어요. 서로의 꼴을 보는 게 끔찍해서. 약자는 서로를 품어 주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자기 자존감을 찾는 것조차 힘드니까요. 그런 약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격려할 수 있을까요. (223)

"인류 역사상 기득권을 그냥 내놓는 경우는 없어요. 기득권은 빼앗는 거예요." (226)

빼앗으세요. 저희의 권리를 빼앗으십시오. 내놓으라고 요구하세요. 또 하나, 앞으로 여러분의 시대를 쟁취한 뒤 여러분에게 똑같이 "빼앗겠습니다"라고 요구하는 세대를 만드세요. 저희 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거예요. "내 것을 빼앗아라"라고 이야기하지 못한 것. 그리고 내 것을 빼앗는 세대를 만들지 못한 것. 제 세대의 가장 큰 부끄러움입니다. (227)

할 수 없을 땐 하지 마세요. 전 그것 때문에 갈등하지 마시라고 이야기해요. 항상 내 아픈 삶이 가장 존엄한 거거든요. 전 그걸 하지 않는 경우에, 혹은 할 수 없는 경우에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다만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해 주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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