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잡지 - 좀 더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 아무튼 시리즈 6
황효진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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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지 정하려면 실제로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상당히 긴 예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무조건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잡지를 보고, 서점에 들렀다 오고, 커피를 마시고, 수요일 저녁 퇴근 후에도 밤 열두 시가 될 때까지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 개요를 짜며 하기 싫다고 징징대는 게 나의 버릇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는 차라리 그 시간에 노트북 앞에 앉아 한 글자라도 쓰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그럴 수는 없다. 충분한 예열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마감도 불가능하다. 그러다 마침내 목요일 아침 일곱 시 정도가 돼서야 벌떡 일어나 꼼짝도 하지 않고 마감을 이어나갔다. 어찌 됐건 마감은 주어진 시간 안에 끝냈지만, 스트레스와 잘못된 자세로 어깨는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면 뿌듯한 성취감이 아니라 이번 주도 무사히 지냈다는 생각만 들었다. (116-117)

이랑의 공론화 이후, 타인의 시간과 노력을 빌리는 일에 무감해지면서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몇 년이 지나도 오르지 않는 원고료, 나의 아이디어나 관점을 공짜로 빌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종종 맞닥뜨려야 하는 회사 바깥의 환경도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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