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자들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축축하고 묵직한 응어리에 울컥 목이 메었다. "왜 저 남자야?"
"정말로 좋은 남자한테는 내가 좋은 짝이 될 수 없고 대럴은 정말로 나쁜 남자가 아니니까."
난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18-19)

한번은 남자 친구에게 이런 걱정거리들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가 말했다. "자기 완전히 미쳤구나." 직장에서 새로 사귄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자기는 마친 게 아니야. 여자일 뿐이야." (65)

내가 말한다. "내가 별로 착한 여자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 그는 내 뺨에 키스를 한다. "그건 진실이 아니야." 또 말한다. "나한테 뭐든 진실을 말해줘." 나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말한다. 내가 얼마나 어밀리아의 생각에 매달리는지, 사실은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그 애뿐이라는 얘기, 지금쯤 걸음마를 배우고 첫 번째 단어를 말하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다고 그에게 털어놓는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그토록 나를 좋아해주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는 내 차가운 손가락을 자신의 따뜻한 입술에 갖다 댄다. 그가 그토록 휑하던 텅 빈 공간들을 채운다. (149)

돌 던지는 사람의 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은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로 사라지는 것이다. 일이 끝나고 아이와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사이의 몇 시간은 신성한 시간이다. 그녀는 이 순간들을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그녀는 삶이 너무나 투명해서 뭔가 사적인 것, 뭔가 소중한 것에 한없이 굶주려 있다. 이 순간들을 빚어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고 결코 말하지 않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비밀을 만든다. (179)

아내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로지 피로감만 배어 있었고, 파커는 그게 아내의 분노보다 더 무서웠다. (319)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실감이 나니까 무서워졌어. (348-349)

‘사슴 고기‘라는 뜻의 ‘vension‘은 라틴어 ‘venari‘가 어원이야. 사냥한다는 뜻이지. 나는 그게 잔인하다고 생각해. 어떤 존재에 그가 반드시 맞고야 말 종말을 따서 이름을 지어주다니. (3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