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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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알기 위해 영화를 본다. ‘지식을 습득한다‘와 ‘안다‘는 것은 다르다. 안다는 것은 깨닫고, 반성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세상이 넓음을 알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 아닐까. 영화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인생 문제가 영화에서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타인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19)

여성 문제 전문가, 아니 ‘문제 여성‘ 진단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 땅의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조선 시대에 비하면 여자들 사는 게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인간(남자)의 삶이 중세에 비해 나아졌기 때문에 더는 투쟁하거나 진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없다. 여성의 지위는 같은 시대, 같은 계급의 남성과 비교되지 않는다. 2010년대 여성의 지위는 2010년대 남성의 지위와 비교되지 않고 조선 시대 여성과 비교되며, 중산층 여성의 지위는 중산층 남성과 비교되지 않고 노동 계급 남성과 비교된다. (65)

몇 년 전 나는, 오랫동안 몰두해온 어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물 밖으로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숨이 가빠 끊어질 것 같았고 매일 밤 흐르는 눈물로 귀에 물이 찼다. 그 누구의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어." 이 말이 나를 살렸다. 지금의 나는, 나의 일부분일 뿐이다. 현재 나의 감정, 고통, 기쁨, 슬픔, 지식, 업적…… 이 모든 것들은 곧 과거의 것이 된다. 그리고 과거는 돌아오지도 않고 반복되지도 않는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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