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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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뭘 알아야 감동을 하지? 필자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루브르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내가 현장에 몸소 와있다는 느낌만 좋고 설렜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감상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방구석 시리즈 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방구석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또다른 미술책으로는 필자가 지난번에 리뷰했던 『하룻밤 미술관』 도 있다. 해설과 함께 보면 예술적 감수성이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도움을 받았었다.


새로이 읽게 된 박연실 작가의 『명화의 실루엣』은 다른 책들과 구분되는 큰 특징이 있다. 하나는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고, 그와 연관된 <신고전주의> 작품들을 다룬다는 데에 있다.


3대 비극 시인이란,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를 말한다. 이들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재해석하여 연극과 같은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비극은 주로 슬픔 불행 비참 고통을 다룬다. 인생이란 행복과 고통이 섞여있고, 고통에 처했을때 인간 본성이 보다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주제로는 행복보다는 고통이 조금 더 좋아보이는 이유다.


시대적 배경이 이렇게 큰 두 소재를 결합해서, 저자는 비극 20개, 그리고 꼭지당 명화 12~13개를 소개한다. 필자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원전으로 읽은적이 없고, 더구나 비극은 읽지 않았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오이디푸스 왕과 관련된 부분이 배경지식이 있는 부분이어서 먼저 읽어보았다. 이렇게 익숙한 부분을 먼저 읽어보는게 어려워보이는 책을 보는 하나의 방법이다.


한편, 페이지를 넘기다가 만난 <은하수의 기원>이라는 그림도 흥미로웠다. 제우스가 암피트리온 왕의 부인 알크메네에게 반해 제우스 스스로 암피트리온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사랑을 나눠서 태어난 아이가 헤라클레스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가 신의 특징을 갖출 수 있도록 헤라의 초유를 먹이고자 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헤라가 잠든 틈에 헤라클레스를 데려가 젖을 먹였다. 헤라는 처음에는 모성본능으로 지켜보다가 제우스의 만행이 생각나 뿌리쳤다. 이 때 헤라의 젖이 튀어 은하수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틴포레토와 루벤스의 그림이 동시에 실려있다.


420페이지에 이르는 책은 굉장히 묵직하다. 명화를 생생히 보여주기 위해 출판사에서 재질에 힘을 실어준 것같다. 광택지 하나하나에 그림이 생생하게 인쇄되어 있다. 이 책은 평소 이런쪽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그리스 고전과 비극, 그리고 미술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를 붙여볼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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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크게 자라는 하루 3줄
윤희솔 지음 / 청림Life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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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크게 자라는”

“생각과 감정이 글이 될 때 비로소 아이는 성장한다.”


분홍색의 차분한 느낌의 책인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을 볼 때 표지에 써있는 문구였다. 저 문구를 보고 끌리지 않는 부모가 몇 명이나 있을까. 일단 나부터 읽고싶은 궁금증이 솟아올랐다.


글쓰기 좋은 것 다 안다. 그런데, 차분히 배웠던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배우기는 전에, 내가 쓴 글에 공감해 주고, 답장 써주고 했던 경험을 가진 이가 많을까? 필자 생각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글쓰기란, 그저 공책의 빈 칸을 채워가는 빽빽이와 다를 바 없었다. 일기 또는 독후감을 썼느냐, 안썼느냐. 가르치는 이를 탓하기 전에, 나부터가 억지로 써서 내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래서 아이와 함께 글쓰기를 해볼 수 있는 책이 궁금했다.


이 책에는 큰 특징이 있다. 작가가 18년차 초등교사 라는 점, 그리고 두 아들의 엄마로서 글쓰기를 직접 함께한 과정과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즉, 제도권 교육자와 엄마표 글쓰기의 노하우가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책의 중간중간 저자의 자녀들이 직접 쓴 노트가 매우 많이 들어있다. 저자가 매우 꼼꼼하고 글을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들의 연령대를 폭넓게 커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2장에서는 입학전 아이들로부터 시작하여, 제5장에는 학습력을 높이는 글쓰기, 제6장에는 창의력과 관련된 글쓰기를 제시한다. 즉, 단조로운 감정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연계된 부분까지 고민하고자 한 노력이 묻어난다.


필자가 특히나 솔깃한 것은 ‘하루 3줄’이라는 어구였다. 글쓰기는 페이지를 꽉 채워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으니, 나부터도 아이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블로그에는 1천자 2천자씩도 잘 쓰면서, 내 아이와 까짓 3줄 못써볼 것이 무엇이겠는가.


최근 읽고 있는 책, ‘내가 알고있는걸 당신도 알게된다면’ 에서는 이런 말을 보았다. 아이와 일상을 함께 하라고. 함께 보낸 시간들이 우리 자녀들이 세상을 헤쳐나갈 힘이 되고, 부모와의 애착을 떠올리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일에만 집중하고, 교육은 시도하다가 열불나서 사교육에 외주 주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일단 이 책으로 하루3줄 글쓰기를 자녀와 함께 해볼 수 있다면, 가정의 품격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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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 - 일과 나의 미래, 10년 후 나는 누구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홍성원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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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책의 제목에서 대조가 참 선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는 기계 대 인간인데, 앞에 수식어가 반대로 붙어있기 때문이다. 즉,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고, 생각하지 않는것이 기계여야 어울린다. 그러나 최근 경향을 보자면 꼭 그렇지만도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기계가 생각하기 시작했고, 사람은 생각하기를 점차 귀찮아하고 있다.


저자인 홍성원 작가는 경영학 박사로서, 다년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인재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임직원의 역량평가 및 개발, 직무역량 스킬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과 강의활동을 하면서 일 잘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기존 저서로는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



인공지능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단, 세상에 화려하게 데뷔한 것은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을 꺾은 시점일 것이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AI는 극히 한정된 범위와 경우의 수 안에서만 작동했었다. 그러나 점차 범용성을 갖추고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압도적 역량을 보유한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좋아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검색엔진에서 상위노출이 되고 방문자가 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희한하게도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알고리즘이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것에 감탄하고 소름끼쳐한다. 음식배달 플랫폼에서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쥐락펴락 하고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생각하는 기계의 등장과 인류의 고민을 담았다. 2부에서는 직업군별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살펴본다. 3부에서는 생각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프롤로그에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질문이 나온다. 필자는 반드시 이 질문들을 기억하면서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책을 읽을 때 핵심주제들을 놓치지 않고 맥락을 따라갈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소개한다. 아울러 독자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도 전하고 있다. 저자는 지식을 담거나 단순 역량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신의 미래와 일자리 소멸을 대비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새로운 도구의 등장은 늘 역사의 전환점이 되어왔다. 과거 청동기, 철기 문명은 인류의 세력지도를 바꿨다. 우리가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불, 인쇄기 등도 처음에는 부작용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포착해서 앞서나가는 자들이 인류 문명을 주도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그런 시각에서 보면 생각하는 기계의 등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일 수 있다. 저자는 도구를 활용하는 인간의 특징을 호모 파베르로 설명한다.


필자가 볼 때, 기계는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기계는 계산, 암기, 그리고 반복에 능했다. 그런데 바둑명인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이른바 딥러닝이다.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는 날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이런 도구들과 같은 차원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도구들을 활용하는 인간 고유의 강점을 역량으로  끌어올리자. 일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하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나가자. 이 책이 그 과정에서 생각해 볼 좋은 단초들을 마련해 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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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말하고 싶습니다 - 나를 바꾸는 말의 힘
조관일 지음 / 유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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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왔을 때, 멋지게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아니, 멋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무난하게 넘어가기라도 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남들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익숙해질 때까지 많이 해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피를 당하며 시행착오만 반목하는 건 비효율 적이다. 만약 누가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준다면 좋을 것이다.


필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회 생활 중, 나름의 기지를 발휘해 만족스럽게 스피치를 한 적도 많지만 당황한 나머지 도망치듯 대충 마무리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런경우 집에서 이불킥을 계속 해야했다. 유튜브를 하면서도 머리 속 생각이 막힘없이 말로 잘 되지 않아서 무수한 편집으로 보완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탁월한 스피치에 대한 갈망이 <멋지게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게 된 배경이다.


저자인 조관일 작가는 수십년의 직장 근무경험이 있고, 비즈니스 화술 스피치 관련 50여권의 책을 저술한 고수다. 20만 구독자의 조관일TV 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말에는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으며, 말이 곧 경쟁력이라는 강조로 책은 시작된다. 특히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의 훌륭한 스피치가 이 책의 저술 동기임을 프롤로그와 책의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은 다르다고 한다. 말 잘하는 것은 타고난 말솜씨, 재능과 관계가 있는 반면, 잘 말하는 것은 노력, 요령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진정성을 담아 청중을 감동시키려면 <말만 잘하는 것>에 그쳐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즉,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을 고려한 연습을 통해 <잘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잘 말하려면 스피치 실전에서 통할만한 요령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잘 말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예를 들면 소감 또는 인사말을 할 때에는 5개의 사를 배열하면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순서는 인사, 감사, 찬사, 헌사, 결사 이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의식하지 않고 해왔던 인사말이 대부분 이 순서였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틀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고 적절히 변형하고 응용할 것을 당부한다. 그밖에 다른 내용도 많지만, 저작권을 침해하면 안되기 때문에 제한된 내용만을 소개했다. 모든 요령을 다루지는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


이 책을 읽은 전반적인 소감은 화술에는 왕도가 없다는 점이었다. 말하기에 앞서 생각부터 정리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마이크가 부담스럽고, 한마디 해달라고 하면 도망가기에 바쁜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갖가지 이벤트가 있는데 그때마다 도망다닐 것인가? 근사하고 간결한 스피치를 멋지게 해낼 수 있다면 더이상 도망자 신세가 아니어도 된다. 길게 할 필요도 없다. 저자가 모범 사례로 추천한 윤여정 배우 처럼 1분에서 3분정도 하면 충분하다. 책을 읽고 자신의 목소리와 노하우를 만들어서 잘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만 이것은 평소에 꾸준히 달변가들을 모방해 보고 때와 장소에 맞게 써먹을 문장들을 수집해 두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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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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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의 원리, 즉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들도 인기다. SNS에서는 자신의 성격 유형이 INFJ 라는 등의 MBTI검사 결과를 소재로 한 글들이 크게 늘어났다. 한편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 포유류의 뇌가 있다거나, 본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가 있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론들도 있다. 내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이유도 이러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저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은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 석학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신경과학자이다.


뇌과학 열풍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다른 종들을 제치고 지구상에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를 소유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성장과 탁월함에 대한 갈망은 지능과 사고의 비밀에 대한 탐구를 하게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와 같이 우리 머리에 관한 의외의 사실 8가지를 알려준다. 


1/2강(도입부)부터 충격적이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다> 흔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가리켜 머리가 좋다고 한다. 반대로 좋지 않은 사례이긴 하지만, 경솔하거나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을 비하할 때 뇌가 없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뇌는 생각의 절대적인 주체다. 저자는 뇌의 본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p.31) 뇌의 핵심 임무는 이성이 아니다. 감정도 아니다. 상상도 아니다. 창의성이나 공감도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다. 


이대목에서는 얼마전에 읽었던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통해, 생존과 활동을 위한 신체 제어가 두뇌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사실을 알았었다.


두번째 인상깊었던 부분은 뇌는 하나라는 주장이다. 본능 담당인 파충류의 뇌, 감정 담당인 포유류의 뇌(변연계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성적 뇌로 구분된다는게 필자가 알고있던 내용이다. 특히 변연계는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과 관련해서도 많은 책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우리 뇌를 기능에 따라 분류한 건 편의상 한 것이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뇌는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와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밖에 흥미로운 사실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사회성에 관한 부분이다. 인간의 뇌는 불완전하게 태어나서 양육에 의해 완성된다든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또한 마음은 하나가 아니며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도를 가진다고 한다. 


몇년을 주기로 크게 유행하는 MBTI 검사에 대해서 저자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갖고있었다. 이유는 정형화된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요약해서 16가지 유형으로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이 매우 다양한 건 맞지만 MBTI 검사 또는 유사한 검사들은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에 가깝다. 설명할 수 없으니 안한다 에서 그칠 것인지, 대표특징을 정의한데 의미가 있는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할 영역인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사람의 뇌 속의 사회적 현실에 대해 다룬다. 머릿속으로 가상의 체계를 만들고 다른사람과 공유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건 다섯가지 C라는 능력세트 덕분이라고 추정한다. 5C 는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 그리고 압축이다. 인류의 모든 문물과 제도들이 고안되고 발전한 과정을 5가지 능력으로 설명했다는게 설득력이 있었다. 


번역 전 제목은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번역서 제목이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 된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의 상식을 유쾌하게 깨뜨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AIST 정재승 교수가 감수하고 추천하며 쓴 서문을 먼저 정독한 후 책을 본다면 내용 이해에 한층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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