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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평점 :
두뇌의 원리, 즉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들도 인기다. SNS에서는 자신의 성격 유형이 INFJ 라는 등의 MBTI검사 결과를 소재로 한 글들이 크게 늘어났다. 한편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 포유류의 뇌가 있다거나, 본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가 있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론들도 있다. 내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이유도 이러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저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은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 석학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신경과학자이다.
뇌과학 열풍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다른 종들을 제치고 지구상에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를 소유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성장과 탁월함에 대한 갈망은 지능과 사고의 비밀에 대한 탐구를 하게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와 같이 우리 머리에 관한 의외의 사실 8가지를 알려준다.
1/2강(도입부)부터 충격적이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다> 흔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가리켜 머리가 좋다고 한다. 반대로 좋지 않은 사례이긴 하지만, 경솔하거나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을 비하할 때 뇌가 없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뇌는 생각의 절대적인 주체다. 저자는 뇌의 본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p.31) 뇌의 핵심 임무는 이성이 아니다. 감정도 아니다. 상상도 아니다. 창의성이나 공감도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다.
이대목에서는 얼마전에 읽었던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통해, 생존과 활동을 위한 신체 제어가 두뇌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사실을 알았었다.
두번째 인상깊었던 부분은 뇌는 하나라는 주장이다. 본능 담당인 파충류의 뇌, 감정 담당인 포유류의 뇌(변연계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성적 뇌로 구분된다는게 필자가 알고있던 내용이다. 특히 변연계는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과 관련해서도 많은 책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우리 뇌를 기능에 따라 분류한 건 편의상 한 것이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뇌는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와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밖에 흥미로운 사실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사회성에 관한 부분이다. 인간의 뇌는 불완전하게 태어나서 양육에 의해 완성된다든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또한 마음은 하나가 아니며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도를 가진다고 한다.
몇년을 주기로 크게 유행하는 MBTI 검사에 대해서 저자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갖고있었다. 이유는 정형화된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요약해서 16가지 유형으로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이 매우 다양한 건 맞지만 MBTI 검사 또는 유사한 검사들은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에 가깝다. 설명할 수 없으니 안한다 에서 그칠 것인지, 대표특징을 정의한데 의미가 있는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할 영역인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사람의 뇌 속의 사회적 현실에 대해 다룬다. 머릿속으로 가상의 체계를 만들고 다른사람과 공유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건 다섯가지 C라는 능력세트 덕분이라고 추정한다. 5C 는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 그리고 압축이다. 인류의 모든 문물과 제도들이 고안되고 발전한 과정을 5가지 능력으로 설명했다는게 설득력이 있었다.
번역 전 제목은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번역서 제목이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 된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의 상식을 유쾌하게 깨뜨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AIST 정재승 교수가 감수하고 추천하며 쓴 서문을 먼저 정독한 후 책을 본다면 내용 이해에 한층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