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인생을 얘기하는 건 아주 쉽고 재미있는 일이다. 사실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엄정한 도덕적 입장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어느 정도까지 나를 옹호할 것인지, 아니면 비판할 것인지 그 수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 정해지면, 오히려 자신을 이야기한 것이 자기를 해치는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자기에게 돌아가기 위해, 자기 자신과 대면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에둘러 간다. 그런 준비 없이 자기 자신과 막다른 골목에서 맞부딪치는 일은 얼마나 두려운 일이겠는가. 자신의 검은 치부를 홀로 들여다보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