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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숲의 노트
시미언 피즈 체니 지음, 남궁서희 옮김 / 프란츠 / 2022년 7월
평점 :
◆ 소개
▷ 야생 숲의 노트
▷ 시미언 피즈 체니
▷ 프란츠
▷ 2022년 07월 13일
▷ 144쪽 ∥ 294g ∥ 124*195*16mm
▷ 음악/새소리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上》
시미언 피즈 체니(Simeon Pease Cheney, 1818~1890)가 1892년 출간한 《Wood Notes Wild: Notations of Bird Music》이 이번에 한국에 출간되었다. 미국 태생으로 미국 북동부 버몬트주에서 성가대 지휘자와 음악가로 활동했다. 버몬트주는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의 주로써, 미국 지도 동북 꼭대기로 캐나다에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백인들이 오기 전엔 인디언들의 주요 사냥터로 숲이 많은 지역이다. 지금도 다른 공업지역에 비하면 시골의 느낌이 강한데, 책이 출간된 시절과 그 이전에는 더욱 자연에 가까운 지역이었을 것이다. 체니는 그곳 야생의 숲에서 30년간 생활하면서 자연의 소리, 그중에서도 새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주요 저술가도 아닌 체니의 책이 알려진 계기가, 파스칼 키냐르의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에서 체니의 삶과 음악을 표현했고,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새소리는 왜 멜로디로 정의되지 않는 것일까?, 시미언 피즈 체니는 이런 질문과 함께 낯선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은 자연의 소리, 특히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를 기보한 일종의 새소리 악보집으로, 단순하지만 이전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노래 참새는 신대륙 참새과에 속하는 중간 크기의 새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참새 중 수가 가장 많고, 가변적이며, 적응력이 뛰어나다. 다 자란 몸의 윗부분은 갈색으로 등에 어두운색의 줄무늬가 있으며, 아랫부분은 희고, 가슴 중앙에는 어두운색의 줄무늬와 같은 갈색의 점무늬가 있다. 특히 떨리는 소리를 낼 때 깊고 풍부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은 숲지빠귀의 황홀한 음색을 연상시켰다.“
책을 처음 받아서 우선 크지 않은 사이즈에 한 번, 그리고 책을 펼치면 알 수 없는 콩나물 대가리들을 보며 놀라야 했다. 피아노 한번 배우지 못한 나에게 수학 공식보다 어려운 것이 악보다. 책은 대략 40종의 새에 관한 설명과 체니가 야생에서 수십 년간 들은 새소리를, 그 만의 감성과 해석을 통해 인간의 기호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클래식, 재즈, 보사노바, 올드팝 등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악보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와는 심각하게 안 맞는 책이라 생각했다. 선물은 받았는데 어느 포인트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때, 선물한 친구가 악보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미디파일로 들려주었다. 오! 라는 감탄사가 터지고 아 이 책은 읽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읽는 책이 아니라 듣는 책이라니~ 글자를 읽어주는 책이랑은 전혀 다르다.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은 폭풍 검색하면 어떻게든 대부분 해결책이 나온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글자를 스캔한다면, 악보도 스캔하는 앱이 없을까 생각했고, 역시나 그러한 앱은 존재했다. 앱을 설치하고 책의 악보를 촬영하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콩나물 대가리가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PlayScore’를 비롯한 수많은 종이 악보를 스캔 가능한 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들을 시간이었고, 새들의 악보를 스캔해서 들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새소리가 나에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지빠귀의 악보는 피아노 음으로 듣기엔 너무 날카롭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노래 참새와 노란머리버들솔새의 음은 정말 경쾌하면서 듣기 좋았는데,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나무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새소리는 왜 인간의 악보로 표현하지 않았느냐는 체니의 신선한 생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굳이 야생의 소리를 인간의 기호로 옮겨야 하나 할지 모르겠으나, 모든 자연을 모방하여 만들어 낸 것이 인간의 예술 아니겠는가. 새소리를 악보를 옮겼다는 사실보다, 수십 년간 숲속에서 새의 노래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 체니의 삶이 마음에 들었다. 관심은 관찰하게 하고, 오랜 관찰은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낯설고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