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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평점 :
◆ 소개
▷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 박소현
▷ 특별한서재
▷ 2022년 05월 25일
▷ 240쪽 ∥ 368g ∥ 143*200*15mm
▷ 한국 에세이
◆ 후기
▷내용《下》 편집《中》 추천《下》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별빛 반짝이는 저 하늘 아래 도시의 가로등 웃음 지을 때 난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아무런 말 없이 홀로 거니네, 왜 난 이리 널 그리는 걸까? 왜 내 모습 보이지 않는 걸까? 넌 마음을 알고 있겠지. 우리 서로 사랑하니까!” 1989년 가요톱텐에서 1위를 한 박남정의 ‘널 그리며’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당시 인기가수였기에, 얼마나 따라불렀던지…. 아름다운 것에 아름다운 것이 비치면 정말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구들장을 데우는 군불처럼 따스한 글을 쓰고 싶었다.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글로 독자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 경험 부족과 지식의 빈약함으로 내 글은 늘 가족과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글 저변엔 슬픔이 깔려있다. 내면에 스민 정서가 그러하기 때문이리라. 깊은 혜안과 절창의 문장으로 독자를 울릴 문학적 역량도 필살기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떠밀려 왔을 뿐이다. 이렇게 수필은 늘 내 삶 속에서 나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무다.”
“살다 보면 살아지리라, 헤밍웨이는 인생을 투우에 비유했다. 인간에게 대항하며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에는 피카도르가 찌른 창에 찔려 처절하게 죽어가는 소를 보며 삶의 허망함을 느꼈던 것일까? 어쩌면 우리네 삶도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힘에 의해 투우장의 소처럼 그렇게 스러지는 것은 아닐까? 복병처럼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난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 손쓸 겨를도 없이 그렇게.”
“우리는 손안에 그 무언가를 더 많이 움켜쥐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숨을 참으며 견뎌냈을까?, 인생은 살아볼 만한, 살다 보면 살아지는, 그 자체로도 소중한 것이다.” 이 문구가 책 소개의 핵심이다. 추천사를 써 준 사람들은 책을 제대로 읽고 써줬나 싶을 정도로 의아했다. 글머리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 부족과 지식이 빈약해서 가족 외에는 보이기 힘든 글이라 선언했다. 글이라는 것은 경험과 지식만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다. 글은 말하기와 더불어 우리 인간이 소통하는 언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즉, 글쓰기는 말하기와 같은 것이며, 말하기는 나이가 많다고 배운 것이 많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이야기대로라면 한국에서 서울대 법대를 나와서, 나이가 한 100살은 된 사람이 가장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경제범죄나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 대부분은 서울대 출신이다. 오히려 한 살배기 아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엄마’, ‘아빠’의 말하기가 훨씬 아름답다. 다음 책에서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은 ‘혜안’, ‘절창’, ‘내면’ 이런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초등학생 수준의 단어로도 쉽게 따뜻함을 전달하는 글이 나왔으면 한다.
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술집에서 얻어들은 이야기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술에 빠져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고 권총 자살한 저자로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그에게는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얼마만큼 비관적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보았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저자의 글은 나는 보고 싶지 않다. 나에게 이 지구라는 행성은, 내가 사는 세상은, 정말 너무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입에 들어갈 음식이 있고, 전쟁처럼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왜 사는가?’ 이것은 아무리 물어도 대답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부처, 예수, 공자, 장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등 수많은 이들이 답하기를 ‘형이상학적’ 존재를 만들거나 정리했을 뿐이다. 태양은 빛을 내도록 만들어졌고, 인간은 물질적으로 ‘생존’하도록 설계되어 태어났는데 거기에다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어리석은 물음이 아닌가? 다음에는 멋져 보이고 싶은 글 말고, 마음을 담은 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