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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무늬 상자 ㅣ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평점 :

◆ 소개
▷ 붉은 무늬 상자
▷ 김선영
▷ 특별한서재
▷ 2022년 06월 15일
▷ 224쪽 ∥ 318g ∥ 140*205*15mm
▷ 청소년 문학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中》
“이 집을 수리하는 데는 그동안 아픔을 함께 나눠온 이웃 블로거들의 응원이 컸다. 많은 사람의 쉼터가 될 수 있으면 더욱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아마 엄마는 그때부터 나름의 계획을 세운 듯했다. 언제까지나 가족회의에 붙여 결정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벌써 결심한 것 같았다. 엄마는 아빠와 내가 이 집의 쓰임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걸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곳에 엄마 아빠가 눌러앉는 건 처음부터 반대였기 때문에 흔쾌히 좋다고 했다.”
“이 소설을 쓰며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이다. 타인을 위해 나서고 오래된 편견에 맞설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본다. 살면서 나는 진정한 용기를 몇 번이나 냈던가, 아니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낸 적이 있던가?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못 본 척 외면하고, 핑계와 합리화 뒤에 숨고, 상처받고 손해 볼 것 같아 적당히 비겁했음을 고백한다.”
“이 집에 살던 열일곱 살 난 딸이 죽었단다. 한 사람이 죽고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니. 아무도 벌 받은 사람이 없었다니.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누군가의 비밀, 끝나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아이들의 이야기!” 소설의 주요 내용은 타인을 위해 나서고 편견에 맞서는 용기란 무엇인가? 의 사유다. 저자의 마지막 창작 노트에 밝혔듯이, 세상의 미투나 학교 폭력에, 부조리한 사실들에 눈을 감거나 모른 채 살아왔음을 고백하고 있다. 어느 교양 프로그램에서 학교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경찰이나 법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실시간인데, 경찰과 법은 후속 처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폭력을 막는 것은 지켜보는 다른 아이들의 눈이라고 한다. 극악한 살인마라도 사람들의 눈길 앞에서는 함부로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듯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타인을 위한 용기란 바로 ‘시선’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만 놓고 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사망자 20,366명, 건강피해자 950,000명, 노출자 8,940,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전 국민의 5분의 1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었다는 말이다. 사망자 가운데는 영유아나 임산부들이 특히 많았다. 2022년 개봉된 영화 [공기 살인]이 이 사건을 다루었지만 15만 관객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처음에 감기라고 했어요. 감기로 어떻게 사람이 죽어!”라는 고발 영화였지만, 대부분 사람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저자의 이전 작품은 읽은 적이 없지만, 김선영은 꽤 유명한 소설가라고 한다. 청소년 소설인 만큼 수월하게 읽히고 내용도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침묵하지 않는 목소리가 좋았고,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창작 노트의 저자의 사유 부분이다. ‘용기란 무언인가’에 대하여 저자는 타인을 위해 맞서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옳지 않다. 용기라는 것은 굳세고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를 말하며, 그 용기를 내는 것은 자신이다. 용기라는 것은 스스로가 두려움을 느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일본 유학생 이수현은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자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와 함께 뛰어내렸지만, 열차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3명 모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의 의사자이다. 그가 보여주는 용기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자신이 타인이 안타깝게 죽어가는 세상을 보고 싶지 않음이 우선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강제하게끔 태어난다. 그래서 자살이나 타인을 위해 죽는다는 것은 물리적 법칙을 벗어나는 것이다. 즉, 용기란 타인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내는 것을 말한다. 다음 소설에서는 좀 더 깊은 사유의 소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