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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 소개
▷ 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
▷ 김영사
▷ 2022년 04월 05일
▷ 304쪽 ∥ 470g ∥ 140*210*18mm
▷ 인문 에세이
◆ 후기
▷내용《上》 편집《中》 추천《上》
2003년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에 명장면이 등장한다. 신라의 암호 해독관 역을 맡은 정해균 배우가 백제의 암호를 김유신에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신라의 첩자가 백제의 계백에게서 몰래 들은 “머시기 할 때꺼정 거시기 한다.”를 해독하는 부분이다. “시방 머꼬? 거시기 머시기 거시기…….” 암호 해독관은 계백이가 한 말 중에 총 네 번의 ‘거시기’와 한 번의 ‘머시기’가 쓰였는데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죽어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합니다. 지가예~ 암호해독 20년에 이런 고난도 암호는 보도듣도 못했심미더!” 이에 김유신은 부하들에게 말한다. “너들 다 들었제? ‘거시기’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할 때까진 총공격은 절대 몬한다카이!”
‘거시기’는 국어사전에 등록된 엄연한 한글이다.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르치는 대명사. ‘머시기’는 잘 헤아려 밝히겠다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나도 아무리 들어봐도 ‘거시기’와 ‘머시기’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책의 핵심적 내용은 ‘Word가 World를 바꾼다.’이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는 것, 그것에서부터 또 하나의 세계가 탄생한다 말한다. 즉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그 한마디에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다고 교수는 말한다.
P.018 “이 세상에는 똑같이 생긴 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벽돌 하나가 부서지면 규격이 같은 다른 벽돌로 갈아 끼울 수 있지만 돌 하나가 깨지면 그 자리만큼 지구는 비어 있게 됩니다.”, “어느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세계를 노래하는 것이 시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 법, 경제에서는 ‘베스트 원’을 추구하지만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서는 ‘온리 원’을 지향합니다. 장미를 맨 먼저 미녀에 비유한 사람은 천재이지만 그것을 두 번째 말한 사람은 바보입니다.”
P.196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창조적 언어는 내 것이면서 네 것이죠. 내가 쓰기 시작하는 순간, 타인의 의미 속에 내가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언어의 보편성이라는 것은 하나하나가 관계 맺음입니다. 말하면서 그것이 하나의 시스템에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너와 나가 되고, 한국말을 쓰는 사람끼리 한국인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중략》 몇 마디 말로 세계를 바꾼다는 것은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지만, 말의 힘으로는 가능해요.”
교수는 비포 바벨과 애프터 바벨로 번역의 이야기를 한다.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던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로 분산되어 갈등과 혼란의 시대를 겪게 된다. 바벨 이후의 공간에서 사는 오늘의 인간들은 번역 없이는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분열과 혼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107번째 크기밖에 되지 않는 영토이면서 5시간 내로 전국을 다닐 수 있지만, 우리는 남과 북, 동과 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같은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브리핑하는 말은 천 번을 반복해서 들어봐도 알아먹지를 못하겠다. 충분히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을 텐데 말이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을 선동할 수도 있고, 소동을 잠재울 수도 있어요. 링컨의 민주주의는 몰라도 그 사람의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은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것도 링컨이 한 말이 아니에요.” 성경을 자기 말로 번역하는 것이 금지된 시대에 위클리프라는 사람이 영어로 성경을 번역해서 교회에 저항한 것이라고 말한다. ‘people’을 인민이라고 또는 국민이라고 번역하느냐에 따라 국가 이념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이게 바로 말의 힘이고 글의 힘이다. 책은 독서를 하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의심하지 않고 창조하지 않는 읽기와 쓰기는 소통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