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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윤여사
최은정 지음 / 자상한시간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반짝반짝 윤여사
▷ 최은정
▷ 자상한시간
▷ 2022년 03월 24일
▷ 184쪽 ∥ 200*140*20mm
▷ 그림 에세이
기억(記憶, memory)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사물이나 사상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심장, 영혼, 가슴, 뇌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뇌이다. 기억은 뇌가 받아들인 경험 등의 정보를 간직하다가 도로 떠올려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더는 의심할 수 없는 진리라 확신하고, 이를 모든 학문의 제1 원리로 정립하였다.
컴퓨터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로 입력된 정보는 메모리라는 장치에 임시로 저장된다. 그러면 CPU는 메모리에 저장된 임시 정보를 연산하여 모니터에 화면을 표시하거나 각종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메모리는 휘발성 저장장치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전원이 꺼지면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드디스크라는 저장장치에 영구기억할 수 있도록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를 발명한 인간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본떠 이러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로 리포트는 쓰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썼는데 갑자기 집에 정전이 됐다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았다면 수고한 그 시간이 모두 사라진다. 그럼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정보는 100% 안전할까? 하드디스크에도 정해진 수명이 있고, 충격에 매우 취약해 소실하기 쉬운 저장장치이다. 인간과 너무나 닮지 않았는가?
P.067 “‘어머니, 조기 매운탕은 어떻게 끓여야 맛있어요?’ ‘조기 매운탕?’ ‘잉! 그거슨 그 뭐시냐. 그 뭐지? 그 거시기 그것을 넣고…….’ 결국 나는 다음 기회를 봐야겠다 싶어 두 손을 들어 항복을 외쳤지만, 어머님의 조기 매운탕 레시피를 영영 모르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P.071 “하지만 어머님 댁에 오갈 때마다 함께 장을 보거나 병원에 함께 다닐 때마다 고맙다, 덕분이다, 말하며 웃는 남자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구이 뼈를 예쁘게도 발라서 내 입으로 먼저 넣어주는 남자를, 우리 엄마의 생신 때마다 집으로 와서 미역국을 끓여주는 남자를 울리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죄책감을 덜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 이번에는 떠나보내고 나서 울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어머님을 통해 그때의 나를 용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를 20년 동안 홀로 지켜온 친구를 보았다. 반에서 1등을 하는 수재였지만 어머니를 병간호하기 시작한 이후 원하는 대학진학도, 그 이후 모든 삶이 바뀌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 친구는 어머니를 놓을 수가 없었다. 매일 밥을 한 그릇 더 떠서 놓아두던 모습이 생각난다. 내 남자를 울리고 싶지 않다는 이 말이 왜 이렇게 계속 귓가에 맴돌까? 여럿, 감정이 쌓이는 말이다. 예전 어느 교회의 목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80년을 신앙생활을 해온 권사가 치매에 걸려 하느님을 부정하면 인간은 결국 신체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완전무결하다는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것들의 대화였다. 내가 길을 걷다가도 피식 웃는 순간은 과거 ‘봄이’의 행동 때문이다.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순간도 ‘매트릭스’가 아니라는 가정하에 기억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까? 울리고 싶지 않은 남자의 엄마가 이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반짝반짝했던 기억을 기록하는 며느리가 있다. ‘돈’이라는 갈망에 ‘가족’이라는 본능을 잃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로부터 선물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