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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우수영에서 강원도 수류산방까지 마음기행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정찬주
▷ 열림원
▷ 2022년 03월 10일
▷ 272쪽 ∥ 448g ∥ 145*210*16mm
▷ 에세이
『소설 무소유』와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3월 10일 동시 출간되었다. 소설은 2010년 처음 출간된 후 30만 부 기념으로 재출간되었고, 저자의 에세이는 10여 년 세월의 감상을 적어냈으리라 생각된다. “법정 스님 입적 12주기 추모 출간,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이다 ”책의 소개에서 전국 절을 찾아다니는 전문 여행 수도자로서 법정의 제자로서 그리움에 책을 출간했다고 밝히고 있다.
불교(佛敎, Buddhism)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이다. “자신을 섬으로 삼아 스스로에 의지하며 살아라.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진리를 섬으로 삼아 진리에 의지하라.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힌두교 다음으로 많은 신자가 있는 대표적인 종교이다. 불교의 발상지는 인도이지만, 불교에는 절대자로서의 신이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섬기지 않는 종교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교를 오래 접해온 나로서는 심오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삶의 괴로움에 대한 해결책’을 진지하게 수행하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숫타티파타 이외에 많은 불경이 존재하며 그 내용은 정말 방대하다. 간단하게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생각해보아도 그러할 것이다.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존재에는 고정 불편의 실체로서의 ‘나’는 없다는 말이며 줄여서 무아라고 부른다. 불교의 대표적 이론인데,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영원한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카르마) 윤회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의 의미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일신을 통해 진리로 이르는 종교와 달리,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을 통해 진리로 나아가는 종교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불교에 관해 전혀 모른다면, 조금 알아보고 읽어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P.088 “소년 박재철 앞에 놓은 것은 꿈과 아름다운 풍경만은 아니었다. 생가지를 꺾고 뿌리째 뽑아버리는 태풍처럼 탐욕과 무지의 거친 세상이 깊은 상처를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산수 시간에 일본인 흉내를 내는 담임선생을 비판하다가 고무 슬리퍼 짝으로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다. 옆 반 아이들이 몰려와 담임선생의 폭행이 멈췄을 정도였다. 이후 스님은 수학에 대해서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 선생을 목표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나를 보자마자 움찔하더라고, 그 일 이후로 수학 시간만 되면 재미가 없어 집중이 안 되더라고.’”
내가 문과로 간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수학은 철학과 뿌리를 함께 하는 논리의 학문이다. 하지만 어릴 적 처음 수학을 배울 때 교사는 나의 질문을 받아 주지 않았다. 오로지 공식을 암기하고 숫자만 대입하라고 강요했고, 따르지 않는 아이들에게 또는 수학 성적이 낮은 아이들에게는 폭력이 가해졌다. 그 뒤로 나도 수학을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법정의 어릴 적 이야기는 참 공감이 많이 가게 된다.
법정의 제자인 저자가 그가 머물렀던 암자와 절, 나고 자랐던 고향 등을 여행하면서 감상을 남기는 산문집이다. 나의 문화답사기 같은 여행 에세이와 명사 에세이가 합쳐진 것으로 생각하면 비슷할 것이다. 문화답사기를 완독하지 못한 나는 우리 문화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중세 유럽의 문화에 더욱 관심이 있고, 더욱 다양한 지식을 쌓았다. 책도 마찬가지다. 불교나 절에 관심이 있거나, 법정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불교의 세계관 관점에서 쓰인 책이기에,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은 크게 공감은 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신을 떠나 ‘좋은’이라는 시선으로 타 종교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오스만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후에도 아야 소피아를 파괴하지 않고, 다른 종교를 인정해준 것은 ‘관용’이다. 이 관용의 시선으로 저자와 함께 여행을 즐긴다면 ‘꽤’ 괜찮은 시간이 될 것이다.
